강재의 비밀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04 - 가난과 나눔 (2015 문학나눔)

최은영 지음 | 최윤영 그림

발행
2015년 06월 12일
쪽수
160 쪽
정가
11,800원
전자책
7,080원
ISBN
979-11-955094-5-4
ISBN SET
979-11-955094-4-7
판형
152   x  220 mm

책 소개

“가난이 자랑은 아니지만 창피한 것도 아니야!”

마음이 가난한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용기도 작고, 꿈도 작고, 친구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그릇도 작으니까.

하지만 마음이 부자라면? 용기도, 꿈도,친구를 이해하는 그릇도 아주 크겠지?


마음이 가난한 게 진짜 가난한 거라고? _ 물질 속에 일그러진 자존감
최근 한국 어린이가 느끼는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영국·독일 등은 물론 네팔·에티오피아 등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내가 가진 돈이나 물건’, ‘학생으로서의 나의 삶’, ‘나의 건강’ 등 7개 영역으로 나눠 조사한 ‘삶의 만족도’ 비교 조사에서도 모든 영역에서 한국 어린이의 만족도가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놀라운 점은 내가 가진 물건 등을 통해 알아본 물질적 수준은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모, 신체, 학업 성적에 대한 만족감은 가장 낮았다는 사실입니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행복감이 비례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누구는 몇 평 아파트에 산다더라, 누구는 일 년에 해외여행을 두세 번씩 간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남들보다 더 풍요롭게 살고 싶은 욕망은 남보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나아가고, 가난은 창피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 냅니다.
《강재의 비밀》은 가난하면 남들에게 주눅 들어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강재가, 가난하면서도 당당한 짝꿍 성민이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강재네 가족은 가난했을 때는 가난을 숨기기 위해, 부자가 된 뒤에는 또 가난했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전전긍긍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가난을 창피해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부터 살고 있는 집 평수나 동네로 그 사람의 재산 정도를 파악하고, 타고 다니는 자동차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 선입견을 가지고 대합니다. 이런 어른들의 시선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져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 사이에서도 부자라느니, 가난하다느니 하는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이 책은 가난이 괴로운 것은 단지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과, 진짜 행복한 삶은 돈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알려 주고 있습니다. 어른들조차도 수시로 잊고 마는 이 평범한 진리를 동화를 통해 깨닫고, 돈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며, 가난하다고 무시하고 놀리기보다는 따스하게 보듬어 안아 주는 마음을 가진 어린이로 자라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가난과 나눔의 의미를 다시 배우다
강재의 집은 한동안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아빠의 회사는 부도가 났고, 엄마는 온종일 허드렛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엄마가 어디선가 주워 온 가방을 가지고 가야 했지요. 그런데 그 가방을 본 영빈이가 자기형이 버린 가방이라고 놀려 댄 이후부터 강재는 학교생활에서 늘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없고,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부도를 낸 동업자를 찾아낸 후 강재네는 평수가 큰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전학도 가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것으로만 도배합니다. 하지만 강재는 늘 자신을 놀려 댔던 영빈이가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아 두려워하고, 과거의 가난했던 생활을 누가 알아챌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그런데 새 학교에서 만나게 된 짝꿍 성민이는 딱 봐도 가난한 집 아이가 분명한데, 학급 회장일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더구나 반 아이들의 사랑도 받고 있고 폐지를 모으는 가난한 할머니도 돕고 있지요. 강재는 자신과 다른 성민이를 심하게 미워하며 괴롭힐 궁리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집이 고물상에서 엄마가 일할 정도로 가난했다는 과거가 드러난 다음에도 변함없이 다가와 주는 성민이를 보면서 가난이란 그저 불편한 것일 뿐이었다는 걸 깨닫고 진짜 행복한 생활을 찾게 됩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최은영
2006년 푸른문학상과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 작가가 되었습니다. 2008년에는 《살아난다면 살아난다》로 우리교육 어린이책작가상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연두의 그림책》, 《빨간 꽃》, 《휴대 전화가 사라졌다》, 《비밀 가족》 등의 작품을 썼으며, 앞으로도 어린이 친구들이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를 오래도록 쓰고 싶습니다.

그린이 : 최윤영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교과서 일러스트레이션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출판, 광고, 사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콜라주 기법을 응용한 작업이 특징이며 어린이들의 지식뿐만 아니라 정서의 밑거름이 되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린 작품으로는 《바보 똥개야》, 《체스키를 찾아서》, 《두뇌자극 태교 동화》, 《어디에서 올까요? 누가 만들까요?》 등이 있습니다.

목차

전학
폐지 모으는 아이
지우고 싶은 기억
착한 아이 가면
음모
실패한 작전
강재의 비밀
너 때문이야
이제는 괜찮아
가난은 창피해
다시 만난 영빈이
종이 할머니의 선물
돈 때문이 아니야
작가의 말 - 마음 부자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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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아버지는 무슨 일하셔?”
또 도훈이가 물었다. 도훈이는 궁금한 게 무척 많은 모양이었다.
“응, 사, 사업.”
목소리가 살짝 떨리면서 말이 더듬더듬 나왔다. 다행히 아이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우아, 우리 아빠도 사업하는데!”
도훈이가 노래하듯 목청을 돋우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110동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의사랑 교수가 제일 많다고 했다. 하나아파트에서도 110동부터 115동까지는 거의 그렇다고 했다. 강재는 새삼 엄마와 아빠가 하나아파트 110동에 집을 마련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옴츠렸던 어깨가 조금 펴지는 것 같았다.
- <전학> 중에서

“가난뱅이가 왜 저렇게 당당하지?”
강재가 툭 내뱉었다. 도훈이는 놀란 눈으로 강재를 보았다.
“옷이며 가방이며 변변한 것 하나도 없고, 돈이 없어서 휴대 전화도 못 갖고 다니는 애가 왜 저렇게 멋있는 척을 하는데? 왜 항상 자신만만한데?”
열흘 동안 품고 있던 말을 도훈이 앞에서 쏟아 버렸다. 그러고는 짜증이 뒤범벅된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도훈이는 눈썹을 찡그린 채 강재를 살폈다.
- <음모> 중에서

“고운 빛이 저렇게 번져 가는 걸 보니 좋잖아. 착한 일, 고마운 일도 저 노을이랑 똑같단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성민이는 나를 도와주고, 나는 꼬마네를 도와주고, 그러다 보면 또 꼬마 엄마가 누군가를 도와주겠지. 그렇게 서로 돕고 사는 모습이 얼마나 좋아. 저 노을빛처럼 고운 마음이 계속 번져 가는 거란다.”
노을을 받아 붉게 물든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할머니의 얼굴에 성민이의 웃음이 겹쳐졌다. 가진 것 없지만 나눌 줄 아는 두 사람의 얼굴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 <종이 할머니의 선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