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도종환 지음 | 도종환 엮음 | 이수동 그림

발행
2004년 11월 15일
쪽수
176 쪽
정가
10,000원
전자책
ISBN
979-11-86688-04-5
판형
135   x  225 mm

책 소개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산, 詩
자녀가 부모님께 드리는 가슴속에서 우러난 선물, 詩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사이는 삶과 죽음을 함께 하는 사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그렇다. 자식은 부모에게서 생명을 받아 삶을 이어왔고, 부모는 자식에게 자기 육신을, 죽음을 맡긴다. 이렇듯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인연을 맺은 사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런 말들이 우리들 마음에 절실히 와닿지 않게 되었다. 부모와 자녀 사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긋나기 시작하고,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바람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평행선의 관계가 되고 말았다.
나이가 들면서 대립하고, 날카로운 각이 세워진 부모와 자식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한가? 부모는 자녀에게 아름다운 씨앗의 세계, 가능성의 세계, 물질적인 풍요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자녀는 고목처럼 늙으신 어머니의 가슴에 구멍을 뚫어놓은 게 나라는 사실을, 아버지의 등에 시커멓게 죽어 있는 흉터자국의 삶을 가슴으로 이해할 때 아름다운 화해의 꽃은 피어난다.

1장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시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놀고, 그렇게 거기 있어서 어른들은 생기를 되찾고 세상은 따뜻해지는 것이다.”

자녀들이 남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남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열을 가르치려는 욕심보다 하나를 바르게 가르치는 소박함을 가져야 한다. 아이에게 돈을 주기보다 시간과 관심과 사랑과 부모 자신을 주어야 한다.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하는 부모보다 “깊은 산 속에 혼자 있어도 화안한 자작나무같이 되어라.”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얼마나 많을까? 거친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 기회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많은 이야기들을 가슴 한켠에 묻고, 상처마저도 삶의 일부로 품어 안을 수 있는, 한층 성숙해져가는 자식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는 기다림의 미덕을 발휘하라고 말한다.

2장 자녀가 부모님께 드리는 시

“동구 밖 고목나무 한가운데 커다랗게 뚫려 있는 구멍을 보다가 어머니 생각을 한다. 나도 어머니 가슴에 저렇게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은 아닐까. 내가 그런 것 같다. 고목처럼 늙으신 어머니 가슴에 휑한 바람이 들락거리도록 만든 게 나인 것 같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끝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기만 하고, 부모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 원하는 것마다 가 가져다 주는 요술 상자인 것처럼 생각하는 자식들이 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부모도 역시 똑같이 힘들어하는 한 인간일 뿐이라는 걸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가르쳐준다. 부모도 똑같이 어렵고 힘든 인생길을 걸어왔고 똑같이 고민하고 아파하며 자식보다 먼저 늙고 쇠잔해져 간다는 걸, 시인은 가르쳐준다. 그걸 깨닫고 자식은 자기 부모를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고마운 사람으로 가슴 깊이 새기고자 할 때 이미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책에 실려 있는 가슴 찡한 감동의 시들이 자식들 가슴을 터엉 하고 내리친다.

3장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시

“살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눈물겹게 아름다운 일인가. 그것들이 살아 있어 내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들과 내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은 참으로 많은 벽이 가로막혀 있고 넘어야 할 산, 건너야 할 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진리와 이상에 대해,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추억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들이 여기 있다. 좋은 부모 되기 어려워 힘들 때나 인생에 대해, 시련에 대해 말로 다 설명하기 버거울 때 자녀와 함께 이 시들을 읽어보자.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는 부모의 참된 모습이 어떤 것인지, 부모 자식 사이라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생각나게 해주는 시들로 엮어졌다.
이 시집은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아들딸에게, 젊은 날 사랑의 아픔 때문에 괴로워하는 자녀들에게 마땅히 설명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는 부모들을 위한 시집이다. 한두 시간에 다 읽어버리지 말고 하루에 한두 편씩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어보자. 아버지 어머니가 먼저 읽고 자식들에게도 읽어보라고 전해주자.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도종환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 앞에는 아름다운 서정을 두고 뒤에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두고 끝내 그것을 일치시키는 시인.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주성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인해 해직되고 투옥된 적이 있으며, 해직 10년 만에 덕산중학교로 복직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몸이 아파 학교를 그만두고 충북 보은의 산속 황토집에서 잠시 쉬고 있다. 시노래 모임 '나팔꽃'의 동인으로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일에 참여해왔다. 그 동안 펴낸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부드러운 직선》《슬픔의 뿌리》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모과》《사람은 누구나 꽃이다》가 있고, 교육에세이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어른을 위한 동화 《바다유리》가 있다.

그린이 : 이수동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부드럽고 재미있는 구상작품으로 미술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로 16번의 개인전과 150회가 넘는 기획전에 참가하였다. 현재 2004년 화랑미술제에 전시중이다.

엮은이 : 도종환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 앞에는 아름다운 서정을 두고 뒤에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두고 끝내 그것을 일치시키는 시인.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주성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인해 해직되고 투옥된 적이 있으며, 해직 10년 만에 덕산중학교로 복직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몸이 아파 학교를 그만두고 충북 보은의 산속 황토집에서 잠시 쉬고 있다. 시노래 모임 '나팔꽃'의 동인으로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일에 참여해왔다. 그 동안 펴낸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부드러운 직선》《슬픔의 뿌리》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모과》《사람은 누구나 꽃이다》가 있고, 교육에세이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어른을 위한 동화 《바다유리》가 있다.

목차

1부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시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 오인태
과수원에서 | 마종기
딸에게 | 김용화
내 아들아 | 최상호
만일 | 루디야드 키플링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정안면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 다이아나 루먼스
젊은 날의 초상 | 송수권
기도 1 | 나태주
선물 | 리영리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 민영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 랭스턴 휴즈
아들에게 | 문정희
온라인 | 이복희
겨울의 춤 | 곽재구
아이들을 위한 기도 | 김시천

2부 자녀가 부모님께 드리는 시

억새 | 도종환
못 위의 잠 | 나희덕
이 세상의 밥상 | 황지우
부모 | 김소월
고향의 천정 | 이성선
서흥 김씨 내간 | 이동순
장날 | 고재종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아버지의 등을 밀며 | 손택수
어머니 3 | 김시천
저 모성(母性)! | 정일근
화염 경배 | 이면우
민물새우는 된장을 좋아한다 | 이재무
달이 자꾸 따라와요 | 이상국
성탄제 | 김종길
북두칠성 | 김명수
바람의 집 | 기형도
늙지 않는 절벽 | 강형철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땅 | 안도현

3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시

저녁에 | 김광섭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바닷가에서 | 오세영
우음(偶吟) | 신경림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양성우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 마종기
한 나무에 많은 열매 | 이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자유 | 김남주
하루 | 고은
입설단비(立雪斷臂) | 김선우
치자꽃 설화 | 박규리
저녁산책 | 배창환
호수 | 이형기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사랑법 | 강은교
동백꽃을 줍다 | 이원규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추경(秋景) | 허장무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오분간 | 나희덕
사랑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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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딸에게 _ 김용화

너는
지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내에게 날아온 천상의
선녀가
하룻밤 잠자리에 떨어뜨리고 간 한 떨기의 꽃

천상의 선녀처럼 어여쁜 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아버지가 그토록 오래 쓸쓸한 사내로 살았던 것이고, 아버지가 지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내였기 때문에 네 엄마가 선녀처럼 온 것이라고. 그리하여 네가 한 떨기 이 세상에 피어나게 된 것이라고 말해주는 아버지는 아름답다. (18~19쪽)


내 아들아 _ 최상호

너 처음 세상 향해
눈 열려
분홍 커튼 사이로 하얀 바다 보았을 때

그때처럼 늘 뛰는 가슴 가져야 한다

까막눈보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서운 법

한 눈으로 보지 말고 두 눈 겨누어 살아아 한다

깊은 산 속 키 큰 나무 곁에
혼자 서 있어도 화안한 자작나무같이
내 아들아

그늘에서 더욱 빛나는 얼굴이어야 한다

'새롭고 아름다운 걸 바라보며 늘 가슴 뛰는 사람이 되어라.' '한 눈으로 치우쳐 보지 말고 균형 잡힌 눈으로 세상을 보아라.' '숲 속의 자작나무처럼 그늘에서 더욱 빛나는 사람이 되어라.' 이렇게 말해주는 아버지는 몇이나 될까. (20~21쪽)


어머니 _ 김시천

내가
그러진 않았을까

동구 밖
가슴살 다 열어 놓은
고목나무 한 그루

그 한가운데
저렇게 큰 구멍을
뚫어 놓고서

모른 척 돌아선 뒤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아예, 베어버리진 않았을까

동구 밖 고목나무 한가운데 커다랗게 뚫려 있는 구멍을 보다가 어머니 생각을 한다. 나도 어머니 가슴에 저렇게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은 건 아닐까. 가슴에 구멍을 뚫어 놓고는 모른 척하고 돌아선 뒤 잊어버린 건 아닐까. 아니, 어머니의 삶을 싹둑 베어버리진 않았을까. 그런 것 같다. 내가 그런 것 같다. 고목처럼 늙으신 어머니 가슴에 휑한 바람이 들락거리도록 만든 게 나인 것 같다. (86-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