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같이 가자, 힘들면 내 등에 업혀라(연두)

원재훈 엮음

발행
2003년 11월 11일
쪽수
136 쪽
정가
6,000원
전자책
ISBN
978-89-88344-73-6
ISBN SET
978-89-88344-71-5
판형
128   x  188 mm

책 소개

친구에 관한 51편의 시와 원재훈 시인의 아주 특별한 단상

원재훈의 내가 사랑하는 시 《친구야 같이 가자, 힘들면 내 등에 업혀라》는 친구에 관한 시들 중 절창 51편을 골라 원재훈 시인의 단상을 덧붙인 시집으로 나무생각의 여섯 번째 커플책이다.  이번 시집은 '사랑'보다 더 넓다는 '우정'을 주제로 중국시 1편 <기유가>와 국내시 50편을 모았다. 시인은 먼저 간 친구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지금은 관계가 소원해진 친구나 시대의 아픔을 같이한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들과 나눈 많은 꿈들과 추억 그리고 가난까지 되살려 놓는다.  원재훈 시인은 우리나라 근대 서정시에서부터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사랑받는 현대시들과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시들을 함께 엮어 시 읽는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켜 준다. 여기에 각각의 시에 붙인 친구에 대한 단상은 친구를 넘어 인간과 삶에 대한 따뜻한 그리움을 빚어내 아주 특별한 시집으로 엮어졌다. 맑고 함축적인 시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단상이 이 책의 독특함이다.  이 시집에서 우리는 그 시를 쓴 시인의 생각과 원재훈 시인이 추억한 단상을 읽으며 시와 시인의 모습을 동시에 그려 나갈 수 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 시집을 엮으면서 읽고 있는 시를 쓴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내가 알고 지내는 시인의 시는 시인과 그대로 닮아 있었다. 붕어빵이었다. 혹시 시인의 모습을 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 시를 읽고 느끼는 분위기 자체가 시인이라고." (134쪽 후기 중에서) 

 

나의 슬픔을 자기 등에 업고 가는 사람, 그 이름 '친구' 

인디언 말로 친구는 '나의 슬픔을 자기 등에 업고 가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외롭고 힘든 세상일수록 '친구'라는 말은 참 따뜻하고 다정다감하다.  이 시집은 전체 3부로 <친구는 나무가 되고>, <친구는 길이 되고>, <친구는 별이 되고>로 구성되어 있다.   친구는 든든한 '나무'처럼 커다란 버팀목과 울타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힘들어도 부끄럽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고, 아무 대가 없이 도와줄 수 있는 관계가 친구이다. 때로 친구는 '길'이 되기도 한다. 어둠을 밝혀 주는 등불 같은 존재인 친구는 내게 힘을 실어 주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이 되어 준다. 또 친구는 '별'이 되기도 한다. 먼저 떠난 친구는 별이 되어 나를 지켜 주기도 하며, 희망을 주는 별이 되기도 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의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모든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고 믿지 않을 때에도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내 손을 잡아 주는 그런 진실한 친구가 하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서, 때로 친구의 손을 잡고 취하도록 술을 마셔도 아무 말 없이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 그 아름다운 이름은 바로 '친구'이다. 그런 친구에게 조금은 부끄러웠던 마음을 조금씩 표현해 보자. 말이 힘들다면 글로, 글이 힘들다면 이 시집 한 권으로 표현해 보자.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언제였던가?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나무생각 커플책(couple book) 시리즈 

'커플책'은 점점 독서할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청소년과 일반인들이 좀더 쉽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출판 형태의 모양과 질을 달리해 독자들에게 다가간 기획상품이다. 좋은 글들을 한데 엮어 같은 내용을 색을 달리하여 두 권으로 묶은 책으로 친구나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커플책'은 특허청 상표등록을 마친 나무생각만의 독특한 기획상품으로 '선물하는 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숙영의 《그대가 어느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빨강, 파랑)와 《평생을 건 그리움》(빨강, 하양), 정지영의 내가 사랑하는 시 《마음이 예뻐지는 시》(핑크, 블루), 용혜원의 《내 마음에 머무는 사람》(옐로우, 퍼플), 《마음이 예뻐지는 수필》(연노랑, 연보라)에 이어 《친구야 같이 가자, 힘들면 내 등에 업혀라》(보라, 연두)는 나무생각의 여섯 번째 '커플책'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엮은이 : 원재훈
시인, 서울에서 남자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신림동에 사셨던 외할머니로부터 꼭 너는 선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이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다. 할머니의 뜻을 따르지 못하는 것 같아 가끔씩 죄스럽다.
1988년 문예계간지 《세계의 문학》에 시 <공룡시대>로 등단한 후, 2003년 네 번째 시집인 《딸기》를 냈다. 삼 년 전부터 글쓰기만 전념하여, 2003년 초에는 장편소설 《모닝커피》를 냈다. 이 외에도 산문집 《내 인생의 밥상》,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외 서너 권, 동양신화를 주제로 쓴 어린이 동화 《열려라 하늘 땅》 외 서너 권의 책을 냈다.
현재는 일산의 작은 작업실에서 열심히 글만 쓰고 있다.
문고리만 걸어 잠그면 그곳이 바로 깊은 산 속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는 중이다. 먼 곳에 있는 곳은 단지 이미지일 뿐이다. 지금 있는 그곳에서 생각만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참으로 외로운 일이다.
이 시집을 엮으면서 행복했다. 허락해 준 시인들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친구는 그 폭이 넓다. 형님도 친구가 될 적이 있고, 동생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바람에 바위가 무디어지듯이 세월이 갈수록 친구의 폭은 넓고 깊어진다.

목차

01 친구는 나무가 되고

벗에게 부탁함/정호승강물과 나는/나태주첫눈/김용택옛날 주소/이문재우정/김광섭세상사/정채봉못을 뽑으며/주창윤가로등/원희석좋은 친구/용혜원암에 대하여/김경미사랑하는 까닭/한용운풀잎이 그대에게/도종환물통/김종삼4월의 단풍나무/박라연게이의 남편/마종기상수리나무숲에서/유하담배/김소월북/김영랑 

 

02 친구는 길이 되고 

결혼의 세계/김승희권태 11/김영승해바라기 비명/함형수기쁨/천상병벽 혹은 길/손진은십사행/황동규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박인환기유가 <이곡>/작자미상박정만/박해석어떤 친구에게/노천명유리병에 담긴 소식/남진우진눈깨비 2/황인숙수제비국/이재무선혈의 진혼가/마종기소년/윤동주주검과의 키스/이승하슬픈 시/서정윤 

 

03 친구는 별이 되고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서정주입/이학성그집 앞/기형도젊은 북한 시인에게 2/안도현친구를 보내며/이달신록을 보며/유안진내가 만난 이중섭/김춘수목소리 2/이수익편지/김남조시몬 베드로/김형영절을 찾아가는 길/이건청손/이형기가을의 기도/김종목신정동 1/전광옥추석일기/최상호눈 오는 날/이제하벗/조병화

+- 더보기

책 속으로

좋은 친구_ 용혜원

 

살다보면 

가슴이 꽉 메어 답답하고 

가슴을 쪼개 놓은 듯 

못 견디게 아플 때

서로 말문을 트면 

씻은 듯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좋은 친구가 있다 

 

 

:요 며칠 작업실에 블라인드를 내리고 어둠 속에서 울었다. 죽고 싶더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나에게는 있다. 그는 나에게 여행을 가라고 했다. 돈이 없으면 주겠다고 한다. 나는 이제는 괜찮다고 했다. 돈은 내가 벌어서 갈 것이라고. 그리고 너에게 빌린 돈도 아직 못 갚았다고. 그가 말했다. 너에게 빌려주는 순간 얼마를 빌려주었는지 잊었다고, 생각나면 갚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금액은 알 수 없다고 한다. 나쁜 놈. 결국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주어야겠다. 사실 나도 얼마를 빌렸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적어 놓았어야 하는 건데. 꼭 그랬어야 했는데. 그러나 나는 그 친구를 좋은 친구라고 한다. (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