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의미
마흔, 불혹의 나이인가 유혹의 나이인가?
한창 때라는 20대, 30대를 지나 40세에 이르러 우리는 ‘마흔’이라는 나이에 의미심장한 의미를 붙인다. 이른바 ‘불혹(不惑)’. 그러나 우리 주변을 가만히 살펴볼 때 오히려 ‘유혹(誘惑)’의 삶을 살아가는 40대를 종종 발견하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우리가 ‘마흔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40세의 위기’를 겪게 된다. 이 시기는 ‘제2의 사춘기’라고 할 만큼 예민하고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되는 시기다.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 방향이 달라지듯,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 결말이 달라진다.
우선 40대가 되면 자신의 인생이 어느 정도 보이게 된다. 20, 30대의 꿈과 야망이 이루어져가고 있느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철저히 깨닫게 되느냐에 따라 인생의 승리자가 될 것인지 패배자가 될 것인지 대강의 선이 그려진다. 이때 자신을 패배자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한 나머지 다른 방향으로의 성공(?)을 모색하다가 술, 도박, 불륜 등에 빠지게 된다.
이 책에서 대기업에 다니던 한 남자는 길을 가다가 ‘지배인 모집’이라는 광고를 보고 햄버거 가게 지배인이 되어 버리고, 한 평범한 주부는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가기도 한다. 또 어떤 주부는 무언가 부족하고 무언가 하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여 대학 공부를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이 ‘40세의 위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햄버거 가게 지배인이 된 남편
갑자기 남편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석 달 후,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아내가 화를 내며 따지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회사에서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아무런 불만이 없었어. 하지만 인생이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때, 갑자기 외로워졌어. 지금보다 더 나다운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좀더 모험을 맛볼 수 있는 인생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공부가 하고 싶은 아내
“나는 무엇인가 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요. 집안에서 전업주부로만 사는 건 너무 허무해요. 대학에 다니고 싶어요.”
책 뒷부분에는 현재 우리 40대 남성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40대가 되면서 많이 약해지는 것 같아요.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만 어차피 내가 '슈퍼맨'은 아니잖아요. 외로움도 많이 느껴요. 그래서 혼자 등산을 많이 가죠.”
“제 아내는 아이한테서 가끔 e-메일을 받는 것 같아요. 슬쩍 보면 ‘엄마, 사랑해.’ 이런 내용도 있더라고요. 그게 부러워요. 저도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 이런 내용으로 아이에게 편지를 썼어요. 답장을 받았는데 딱 두 문장이더라고요. ‘아빠, 용돈 좀 많이 줘. 그리고 선물도 좀 자주 사줘.’ 어찌나 서운하던지.”
40대는 진정한 성인이 되는 시기
3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30대 후반이나 40세를 넘어서도 발생할 수 있는 ‘40세의 위기’는 가치관의 변화, 가정 문제, 직장에서의 견해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40세의 위기’를 뛰어넘으면 오히려 창조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30대에 비하여 40대는 상식이나 그 동안의 경험 등을 한데 아울러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창조성의 절정은 실내악 작곡가의 경우 30대지만 건축가, 극작가, 시인, 오페라작곡가, 대다수의 자연과학자와 작가는 40대라고 한다. 수학자는 그 폭이 넓어서 30대에서 69세까지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40세의 위기’를 뛰어넘어 성숙한 40대가 되기 위해서는 30대에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인생은 스스로 선택해야 하고, 그에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쌓아야 한다. 부부의 경우, 40세 즈음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자기실현의 욕구를 서로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성숙한 성인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도 받아들인다. 자기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회사는 자기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정년까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가정생활이나 건강을 생각할 때 일에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지, 죽을 때까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을 계산할 수 있어야 성숙한 40대라고 말할 수 있다.
프롤로그 20대, 30대는 ‘진정한 성인’이 아니다
생물학적 성인과 심리․사회적 성인의 차이
1장 ‘40세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
그는 왜 집을 나갔는가?
‘40세의 위기’란 무엇인가?
무엇인가 부족하다, 무엇인가 하고 싶다
그녀는 왜 불륜을 저질렀는가?
그는 왜 우울증에 걸렸는가?
2장 40대에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30대의 유동적 지능을 살리라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현대의 30대
30대에는 ‘기술’을 연마하라
3장 가정에 충실하는 30대, 일에 충실하는 40대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가장 창조적인 40대
4장 그들은 어떤 식으로 40대를 맞이했는가
자기분석으로 이론을 이끌어 낸 프로이트
정신적 위기를 이겨 낸 융
40대에 꽃 피운 재능_ 다네다 산토카
5장 나에게 찾아온 ‘40세의 위기’
내가 정신과 의사가 된 이유
나에게 찾아온 ‘40세의 위기’
에필로그 ‘진정한 성인’, 성숙한 40대를 향하여
자신의 의지로 인생을 선택하라
서로를 인정하라
성숙한 40대를 위한 준비
부록 40대…불혹의 나이? 유혹의 나이!
30대는 직감이 가장 예리한 시기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이 시기를 “유동적 지능이 높다.”고 표현한다. 미국의 학자들은 능력을 ‘유동적 지능’과 ‘결정화 지능’으로 나눈다.
‘유동적 지능’은 직감적이고 수학적, 추상적인 사고력이나 암기력 등의 기초 능력이 뛰어난 지능이다. ‘결정화 지능’은 세상의 상식이나 자신의 경험 등 전체를 활용하여 그 자리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다. 이 지능은, 특히 40~50대가 되어 폭넓어진다. 그러나 ‘결정화 지능’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시기가 되면 기초적인 지능이나 암기력, 즉 ‘유동적 지능’은 약간 떨어지게 된다.(66쪽)
나는 40대를 맞이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끌어안게 되었다. 나의 능력, 건강 상태, 사회적 지위, 재산, 아내, 아이들, 사회에 대한 관심, 내면적 가치관, 죽음에 대한 인식, 장래의 내 모습 등을 중년을 향하게 되면서 되돌아보아야 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자기가 놓여 있는 입장을 파악하고 현재 끌어안고 있는 문제에 직면하여 해결한 사람이 진정한 ‘자기 발견’을 이룬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기 발견’은 대부분 ‘40세의 위기’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