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모루아의 사랑하는 기술

앙드레 모루아 지음 | 정소성 옮김

발행
2003년 03월 17일
쪽수
100 쪽
정가
7,500원
전자책
ISBN
978-89-88344-62-0
판형
148   x  210 mm

책 소개

"사랑하는 기술은 곧 삶의 기술이다." 

앙드레 모루아의 ≪나이 드는 기술≫ 그리고 ≪사랑하는 기술≫

도서출판 나무생각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문필가 앙드레 모루아의 ≪나이 드는 기술≫에 이어 ≪사랑하는 기술≫을 출간했다.   전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기술≫에서의 '기술'은 프랑스어로 '아르(Art)'에 해당한다. '아르'는 인간답게 사는 삶의 방법이며, 현실 속에서 자신을 점검하게 하는 말이다. 즉 '소양', '기술', '기교', 그리고 '예술'까지 아우르는 단어가 '아르'이며, 삶은 '예술'이라고 할 만큼 어렵고도 또한 고귀한 것이다.  앙드레 모루아는 "'나이 드는 기술'이란 다음 세대에게 장애물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기술, 경쟁자가 아니라 조언자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사랑하는 기술'은 어떤 것일까? 

 

사랑하는 기술은 '욕망의 정화'

'사랑하는 기술'이라고 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떠올릴 것이다. ≪사랑의 기술≫이 형제애, 모성애, 성애, 자기애, 신에 대한 사랑 등 총체적인 사랑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곁들여 사랑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면, 앙드레 모루아의 ≪사랑하는 기술≫은 가장 기술(기교와 수단)이 필요한 관계인 이성간의 사랑, 즉 에로스적인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앙드레 모루아는 사랑을 우리 삶의 한 모습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하는 기술을 다음과 같이 사랑의 탄생부터 기술이 개입되고 욕망의 정화를 이루게 되기까지를 설명하고 있다.1장 상대의 선택상대를 선택하는 시기와 어떻게 상대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청춘의 때와 '한낮의 악마'라고 불리는 시기에 인간은 사랑에 빠지기 쉬운 상태에 놓인다는 설과 첫눈에 반하는 전생의 인연설에 대한 것, 그리고 상대의 선택은 의지보다 본능이 더 확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2장 사랑의 탄생사랑이 탄생하는 모습을 스탕달의 ≪연애론≫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있다. '결정작용'과 상대방의 부재(不在), 교태 부리기 등을 언급하며 레카미에 부인과 ≪아돌프≫의 작가 뱅자맹 콩스탕의 일화, 몰리에르의 ≪인간 혐오자≫를 예로 들어 사랑이 탄생하는 모습을 살펴본다.3장 사랑받는다는 것고대와 중세에 연애의 성립을 ≪적과 흑≫에서 레날 부인과 쥘리앵 소렐의 이야기, ≪피가로의 결혼≫의 케루비노, 누므르 공과 클레브 공작부인의 연정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4장 구애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에 대한 이야기로, 장식, 묘기(샤토브리앙과 노아유 부인의 예), 칭찬, 여성의 구애(루이 14세와 맹트농 부인의 예), 교양(교양을 공유함으로써 사랑의 환희와 감동을 고차원으로 유지할 수 있다.), 공동의 신념(일과 결합한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을 갖춤으로 보다 전략적인 구애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아직도 이런 수단을 쓰고 있지 않을까?5장 싫증나지 않게 할 것자연스러움은 상대를 따분하지 않게 하는 비결의 하나다. 그리고 상대의 부재, 질투심을 적당한 범위에서 멈출 것, 낭만적인 기분을 잃지 말 것 등 다양한 비결을 소개한다. 또 남자와 여자를 두 유형으로 나누고 육체적 바람기와 심리적 바람기에 대해 이야기한다(샤토브리앙과 쥘리에트 레카미에, 돈 후안, 바이런의 예).6장 욕망의 정화앙드레 모루아는 '결정작용'을 예로 들며 사랑은 지극히 주관적인 하나의 환상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변덕스런 본능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하지 않는 순수한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었는지 '욕망의 정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기술은 '욕망의 정화'다. 그렇기 때문에 일시적인 자신의 감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상대방이 영속하는 정열에 눈뜨게 만드는 것은 죄악이다." 또한 격렬한 욕망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완전하고도 영속적인 조화에 의해서 훌륭한 사랑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이처럼 사랑과 삶은 같은 변화를 겪는다. 인생의 젊은 시절과 사랑이 처음 시작될 때에는 삶이 즐거움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의 삶과 사랑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원하며,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나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갈구한다. 사랑은 이처럼 삶의 추이를 그대로 그려가고 있다. 또한 한두 세기 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사랑하는 기술≫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 

 

사랑과 삶에 대한 성찰 

데오크리토스나 오비디우스 시대에 ≪사랑하는 기술≫이 어떻게 하면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참을 수 없이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이다.  역사서와 유명인들의 전기문학으로 더욱 유명한 앙드레 모루아는 ≪사랑하는 기술≫에서 역사를 꿰뚫는 깊은 성찰과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철학적 메시지를 통해 '사랑하는 기술', 즉 '삶의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사랑하는 기술≫은 사랑에 관한 다양한 관심, 예리한 관찰과 분석력을 인간미 넘치는 유머로 풀어낸 문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은 지식과 인간애의 깊은 사랑, 그리고 인생의 참 지혜를 호소력 있게 들려준다. 유머가 섞인 온건한 사상과 기품이 있으면서도 평이한 문장의 앙드레 모루아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사랑하는 기술은 무엇이다'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통찰력을 길러주는 책이다.  ≪사랑하는 기술≫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과거와 현재를 초월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상황과 적절한 예를 통해 '사랑하는 기술' 즉 '아르'를 깨우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앙드레 모루아
앙드레 모루아(Andre Maurois, 1885∼1967)
프랑스 엘뵈프 출신의 역사·평론·전기·소설 작가로 본명은 Emile Salamon Wilhelm Herzog. 제1차 세계대전 때 영어 통역장교로 종군했고,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1918년 ≪브랭블 대령의 침묵≫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폭넓은 교양과 부드러운 문체로 유명하며, ≪셸리전≫(1924), ≪디즈레일리전≫(1927). ≪바이런전≫(1930), ≪투르게네프전≫(1931), ≪디킨스전≫(1934) 등 전기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1938년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으로 지명됐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국에 머물면서 ≪프랑스의 비극≫(1934) 등을 썼다. 1942년에는 자서전 ≪나의 기억≫을 내놓았다. 세계대전 후 조국으로 돌아와 ≪프랑스 역사≫(1948), ≪프루스트 연구≫(1949)를 연이어 발표하였다. ≪영국사≫(1937), ≪미국사≫(1934)도 유명 작품으로 거론된다.

옮긴이 : 정소성
불문학자·소설가. 1944년 경북 봉화 출생.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 동대학원 졸업. 프랑스에 유학, 그르노블 문과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 받음. 현재 단국대 불문과 교수. 제17회 동인문학상 받음. 장편소설 ≪여자의 城≫, ≪운명≫, ≪두 아내≫, ≪아테네 가는 배≫ 등 12편의 장편·단편집이 있다.

목차

1장 상대의 선택

2장 사랑의 탄생

3장 사랑받는다는 것

4장 구애

5장 싫증나지 않게 할 것

6장 욕망의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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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충격에 의해서 우리들의 관심은 어느 한 사람에게 쏠리게 되지만, 그때 '상대방의 부재(不在)' 곧 상대방이 눈앞에 없는 상태는 사랑을 탄생시키는 데 효과적인 작용을 한다. "여성이 지닌 가장 큰 힘은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나는 일, 거기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고 알랭은 말하고 있다. 눈앞에 있으면 우리들에게 충격을 안겨 준 여성(또는 남성)의 약점이 곧 드러나는 반면, 그 자리에 없는 연인은 어느새 사랑의 요정으로 바뀌어서 상대에게 모두 아름답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의 움직임을 스탕달은 '결정작용'이라고 말하였다. 결정작용에 의해 연인은 실제와는 다른 사람, 실제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다. (<사랑의 탄생> 중 22∼23쪽)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여성이라도 열심히 칭찬해 주면 마치 태양 빛을 받은 꽃처럼 활짝 밝게 피어난다. 한편 남성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은 끝이 없다. 아무런 매력도 없고 못생긴 여자라도 칭찬하는 방법이 능숙했기 때문에 일생동안 귀여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세상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명백한 장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소용이 없으며, 스스로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미덕을 가르쳐 줄 때에야 그 사람이 기뻐한다는 사실이다. (<구애> 중 50∼51쪽) 

 

심리적인 바람기에는 사제나 의사의 힘이 때때로 효력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일단 병의 성질과 원인을 이해하는 순간 그것으로부터 해방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 병을 고치기 힘들겠다는 사람은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조심하기를 바란다. 장난삼아 하는 연애에 착실한 사람이 휘말리지 않도록 부디 유의해 주기를 바란다. 변덕이란 때로 우아해 보인다. 그러나 일시적인 감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영원한 정열을 눈뜨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싫증나지 않게 할 것> 중 73쪽) 

 

사랑이 시작될 때는 겁먹은 듯 욕망 곁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곧 다정하게 군림하는, 이 엄숙하고도 차분한 사랑의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욕망에서 태어났으면서 욕망이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는 이 사랑은 도대체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 그것은 신뢰와 습관 그리고 존경의 마음이다. (<욕망의 정화> 중 77∼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