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네 베란다 텃밭
콩이네 집 베란다에 텃밭이 생겼어요!
편식 대장 콩이와 으라차차 할머니가 함께 가꾸는
파릇파릇 신기한 베란다 텃밭 이야기
초록색은 먹기 싫다고 했지만 방금 딴 상추는 맛있잖아?
방금 딴 상추와 풋고추, 오늘 아침에 따서 찐 옥수수, 뚝 따서 옷에 슥슥 먼지만 닦아 먹는 토마토……. 요즘 도시 아이들은 모르는 맛이지요. 모든 먹을거리가 트럭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와 도매 시장에 들렀다가, 창고에 부려졌다가, 또 마트 창고와 진열대를 거쳐서야 우리 집에 오니까요. 그동안 상추는 시들고, 옥수수는 생생한 단맛을 잃습니다. 토마토는 길에서 익으라고 아예 덜 익은 파란 놈을 따서 내보내지요.
그러고 보면 어린이들이 채소는 맛없다고, 초록색은 먹지 않겠다고 편식 선언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진정한 채소의 맛을 맛본 적이 없으니까요.
주인공 콩이는 분홍색 반찬만 먹겠다고 고집했지만, 베란다에서 각종 채소들이 파릇파릇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채소를 가꾸는 일에 재미가 붙고, 결국 방금 딴 채소의 맛을 알게 됩니다. 분홍 공주 콩이는 농부 콩이로 대변신합니다.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을 유심히 즐겁게 살펴보고, 채소도 맛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는 것이지요. 채소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떻게 자라는지, 맛있는 반찬이 부엌에서 어떤 수고와 노력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도 알게 되고요.
식물의 한살이를 배우고, 채소를 키우는 것에 대한 자그마한 지식을 하나씩 쌓아 가는 것은 생존을 위해 점점 필수적인 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멀리서 트럭을 타고 오는 먹을거리가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오늘날, 내 손으로 직접 로컬 푸드를 가꾸어 먹으며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후 변화 때문에 식량 생산이 줄고, 세계 정세에 따라 나라마다 식량 수급 문제가 좌우되는데, 가까운 미래에는 정말 가정에서 직접 채소를 키워 먹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 책은 우리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심을 환기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콩이는 몸에 좋지 않은 분홍색 반찬만 좋아합니다. 엄마는 콩이가 편식하는 것을 보고 잔소리를 하지만 으라차차 할머니는 말없이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지요. 콩이는 할머니가 일구는 텃밭이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자주 텃밭에 나가 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지요. 화분에 심어 둔 씨앗에서 어느새 싹이 나오고 그 싹이 쑥쑥 자라 열매까지 맺는 과정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때로는 경이롭습니다. 콩이는 할머니와 벌레도 잡고 물도 주고 이름표도 달아주면서 어느새 식물의 한살이를 익히고, 자연스럽게 편식 습관도 고치게 됩니다.
가지전, 호박볶음, 곰취쌈을 좋아해요. 설탕 솔솔 뿌린 토마토와 당근 김밥도 좋아합니다. 오이는 그냥 생으로 아삭아삭 씹어 먹기 좋아하고요. 장래 희망은 내 손으로 좋아하는 채소를 잘 키울 수 있는 할머니가 되는 거예요. 《대단한 실수》 《시간을 굽는 빵집》 《향기를 만드는 말의 정원》 《시간의 책장》 등 여러 책을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