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작고, 낮고, 느리게

구마 겐고 지음 | 이정환 옮김

발행
2021년 06월 21일
쪽수
312 쪽
정가
15,800원
전자책
11,060원
ISBN
979-11-6218-155-3
판형
135   x  195 mm

책 소개

 


단게 겐조, 안도 다다오 등을 잇는

일본을 대표하는 4세대 건축가 구마 겐고!

작고, 낮고, 느림을 추구하는

그의 독자적인 건축 철학의 뿌리를 말하다



 

‘약한 건축’을 추구하는 구마 겐고의 건축 철학을 한 권으로 만나보다

구마 겐고(隈研吾)는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등을 잇는 일본의 4세대 건축가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8개나 수상한 일본 건축계에서 세지마 가즈요와 함께 일본 건축의 한 축을 받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의 히로시게미술관, 산토리미술관, 네즈미술관, 아사쿠사 관광안내소, 중국의 대나무집, 프랑스 브장송예술문화센터 등이 그의 대표작이며, 최근에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과 가도카와 무사시노 박물관을 설계했다. 한국에도 그의 작품이 있다. 제주 롯데 아트빌라스는 지붕을 현무암으로 덮어 오름을 형상화했고, NHN 춘천데이터센터는 팔만대장경을 보존해온 해인사 장경각에서 모티프를 얻어 설계했다. 

일본의 전통 건축기법과 소재로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구마 겐고의 작품에는 태생적인 반골 기질이 깊이 배어 있다. 반건축, 반시대적인 그의 저항은 콘크리트와 철강, 유리를 거부하고 나무, 대나무, 종이, 세라믹, 천 등의 약한 소재를 구조체로 과감히 선택하여 ‘약한 건축’의 가치와 생명력, 미래성을 이야기한다. 

도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30년 넘게 건축 설계를 해온 구마 겐고는 이 책에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경험했던 다양한 장소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건축 사상이 어떻게 자리 잡고 성장해왔는지 되짚어보고 있다. 르코르뷔지에나 미스 등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인물들과 그들의 철학에 관한 구마 겐고의 비평이 수록되어 있고, 모더니즘 건축에서부터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일본 건축 역사의 흐름 또한 한눈에 볼 수 있게 기록했다. 아울러 기존의 건축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 자신의 도전을 지금까지 자신이 실현해온 작품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저서들이 전문적 건축기술에 집중하였다면, 이 책은 건축가로서의 자신의 성장 과정과 철학적 배경을 들려줌으로써 건축을 전공하는 젊은 학생들이나 건축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건축적 영감의 토대와 디자인의 다양성을 들려주고자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다.  

 

건물도, 사람도 장소가 낳는다

구마 겐고는 이 책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쓰기 시작했다. 건축이 이렇게 나약한 것인가? 인간이 이렇게 나약한 존재였던가? 폐허가 된 땅을 복구할 수 있을까? 일본이 영원히 침몰할 것 같은 암울한 기분이 들었고 미래나 내일의 문제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때 그를 절망에서 구원해준 것이 ‘장소’였다. 

“내가 태어난 장소, 나를 육성해준 장소를 생각하자 신기하게 기분이 밝아졌다. 나를 감싸고 있는 주변 공기의 온도가 약간 상승하면서 몸이 따뜻해지는 감각도 느껴졌다.”

사람에게 장소는 그저 의미 없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그 자신이다. 그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 등 모든 것이 장소에 깊이 의존하고 있고 그로부터 기인한다. 그래서 건축가는 더욱 ‘장소’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구마 겐고는 거듭 강조한다. 장소는 그저 조용히 존재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매우 섬세하다. 어떻게 하면 그 장소를 파괴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장소를 지키면서 그곳에 물건을 만들거나 디자인할 수 있을까? 장소와의 관계성을 고민한 이런 흔적이 자기주장이 강하고 위화감을 주는 건축이 아니라 ‘양보하는 건축’, 즉 지역과 토지, 환경, 문화 등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그의 건축 철학으로 발전했다. ‘돌’, ‘대나무’, ‘나무’, ‘종이’ 등 다양한 성질이나 표정을 가지고 있는 소재들을 선택하는 것도 장소와 가장 가까이 밀착하고 적응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약한 것들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바로 그 약함 때문에 살아남는다.”

모더니즘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 미학을 구마 겐고는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다. 강압적으로 하나의 장소를 점유하고 환경을 바꾸는 건축의 범죄적 숙명을 생각할 때 건축물을 짓는다는 행위의 무게감에 무신경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분쇄가 아니라 연결이다

이 책의 원제는 《구마 겐고가 쓴 구마 겐고(隈研吾による隅研吾)》이다. 롤랑 바르트의 책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와 같은 글을 써보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글을 쓰는 바르트와 대상인 바르트가 분리되고 다양한 파편으로 분쇄되는 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향성은 정반대다. 바르트가 ‘분쇄’라면 구마 겐고는 ‘연결’이다. 한 개인으로서, 건축가로서 수많은 흔적을 남기고 이동하면서 잘게 분쇄된 ‘구마 겐고들’ 안에 무엇인가 공통적인 것이 흐르고 있지는 않을까, 그것을 찾고자 했다. 그 접착 작업의 열쇠가 ‘장소’였다. 

“나라는 확고한 존재는 없다. 수많은 작은 것들이 모여 있는 것이 나다.”

이와 같은 연결 작업은 그의 건축 설계에서도 끊임없이 실현된다. 굴을 뚫어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고, 지면 자체를 바닥으로 만들어 대지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그의 대표작인 히로시게미술관이나 대나무집, 네즈미술관에도 모두 굴이 있다.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고, 오른쪽과 왼쪽,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회와 사회를 겹겹이 연결하고자 하는 그의 집요한 철학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구마 겐고

구마 겐고(隈研吾)

1954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며, 작고, 낮고, 느린 삼저주의로 안도 다다오 이후 일본 건축의 한 축을 받치고 있다. 1979년 도쿄대학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 객원연구원을 거쳐 1990년에 구마겐고건축도시설계사무소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20여 개 국가에서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했다. 1997년 ‘모리부타이 도요마마치 전통예능전승관’으로 일본건축학회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에 ‘물/유리’로 미국건축가협회 듀퐁 베네딕투스상을 받았다. 2001년 ‘돌미술관’으로 국제석재건축상을 수상, 2002년 ‘히로시게미술관’을 비롯한 목재 건축으로 ‘스피릿오브네이처 국제목재건축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네즈미술관’으로 마이니치예술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 ‘산토리미술관’, ‘대나무집’, ‘아오레나가오카’, ‘브장송예술문화센터’, ‘국립경기장’,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나, 건축가 구마 겐고》 《삼저주의》 《작은 건축》《나의 장소》 등이 있다. 



옮긴이 : 이정환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리아트 통역 과장을 거쳐,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 및 동양철학, 종교학 연구가, 역학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지적자본론》 《신경 쓰지 않는 연습》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작은 건축》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 나무처럼 산다

 

1장 오쿠라야마 1 — 나의 장소

 

경계인 : 모든 장소가 경계다

막스 베버: 금욕과 탐욕이 혼재한 시대

고딕: 섬세하고 작은 유닛의 조합

혼쿄지: 종교적 경계와 이동

농가(農家): 생명의 순환이 느껴지는 준코네 집

엥겔스: 주택 융자와 노동자의 행복

유가와라 컨트리클럽의 직선 코스

굴, 다리: 굴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사토야마: 마을의 기반이 되는 산

싱글 스킨: 건축은 하나의 생물이다

바닥: 신체는 바닥과 끊임없이 접촉한다

토방: 지면과 건축의 관계성

노란 장화: 대지와 연결되다

대숲: 재료가 아닌 상태로서의 체험

허물어져가는 집

나무 쌓기: 궁극적인 데모크라시 건축

치도리: 작은 단편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다

틈새의 힘

 

 

2장 오쿠라야마 2 — 재료와 형태, 그리고 관계

 

모더니스트와 플렉시블 보드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현장에서의 설계 회의

고토 유키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유전자

현전성: 눈앞에 존재하는 것

상황에 맞추는 증축

선의 건축

브루노 타우트의 휴가별장

관계를 드러내는 건축

가부키자: 과거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브리콜라주와 미묘한 균형 감각

낭비가 없는 저렴함

사오싱주: 흙냄새가 나는 재료

빛 천장: 부드러운 빛의 질감

와이셔츠: 촉각으로 소재를 대하는 방법

패브릭: 부드럽고 따뜻하게

 

 

3장 덴엔초후 — 디자인의 기본은 거부권이다

 

미술공예운동과 덴엔초후 거리

덴엔초후 유치원

디자인의 기본은 거부권이다

열 가지 스타일의 집

P콘 구멍에 매달린 테니스라켓

레이트커머: 뒤틀린 늦깎이 건축가

요요기체육관: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건물

수의사와 건축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존재에 대한 관심

수직의 건축가

 

 

4장 오후나 — 드러나지 않는 건축

 

에이코가쿠엔: ‘세계’를 만나다

에이코가쿠엔: ‘신체’를 만나다

중간 체조: 비관념적인 신체파

묵상: 불필요한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곳

유럽의 세기말: 정신 활동의 절정기

유토피아적 사고에 대한 반발

1970년: 비평의 시대로의 전환

오사카 만국박람회

메타볼리즘과의 결별

반건축: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트레이: 장르의 횡단

세포: 생물적인 유연성과 흐름

치도리: 단일 유닛으로 세계를 구성하다

시카고 만국박람회

 

 

5장 사하라 — 나는 작은 것을 추구한다

 

오일쇼크: 건축의 동면기

모더니즘: 황혼의 근대

허의 투명성: 중층성의 획득

미국의 시대: 실의 투명성

스즈키 히로유키: 늦는 것이 앞서는 것이다

조시아 콘도르: 옛 일본에 심취한 중세주의자

우치다 요시치카: 전통 목조건축의 매력을 배우다

스크래치 타일: 건축에 그림자를 만들다

평면적 관계

목조 정신: 건실하고 합리적인 절약 정신

오픈 시스템: 유연성과 적응력

버크민스터 풀러: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건축

텐세그리티: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강도를

하라 히로시: 스스로 해야 한다

사바나의 기록: 평면적 시각

사하라사막 취락 조사

세상은 거울이다

습한 취락에 끌리다

콤파운드: 복합형 주거 형태

식물: 주거 집합과 식생

나는 ‘작은 것’을 추구한다

 

주석 해설

마치고 나서

문고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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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경계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해서 누구나 그 ‘경계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계를 경계라고 인식하려면 경계의 양쪽을 모두 경험해봐야 한다. 경계를 넘어 이동하면서 이쪽에서 저쪽을, 또 저쪽에서 이쪽을 바라보지 않으면 경계를 경계로 느낄 수 없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장소가 경계다.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동을 하지 않으면 자신은 그저 ‘자신’이라는 자명하고 범용(凡庸)한 존재일 뿐이며, 자신의 집도 그저 지루한 집으로 남을 뿐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곳이 경계에 놓여 있는 스릴 넘치는 장소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없다. _ 본문 19~20쪽 중에서

 

오쿠라야마의 산기슭에는 농가가 일렬로 쭉 늘어서 있었고, 농가 앞쪽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전형적인 사토야마(里山)의 풍경이다. 준코네 집 자매와는 나이가 비슷했기 때문에 늘 함께 뛰놀았는데, 경계인인 내게는 준코네 집이 매우 매력 있었고 신화 속 공간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곳에서 농업이라는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생물이 존재하며, 온갖 생명이 생동감 있게 순환하면서 대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고 신화적이었다. 두 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우리 집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직장인들의 주택은 ‘교외 주택’이었기 때문에 생명의 순환을 느낄 수 없었다. 우리 집도 포함해서 모두 ‘죽은 집’ 같았다. _ 본문 30~31쪽 중에서

 

나는 하이데거에게서 ‘탑인가, 굴인가’, 또는 ‘형태인가, 체험인가’ 하는 두 가지 대립 항을 훌쩍 뛰어넘는 풍부한 지성을 느낀다. 내가 찾고 있는 굴로서의 건축은 굴이라기보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 다리’에 가깝다. 굴은 체험하는 장소, 현상학적 존재인 것 이상으로 이곳과 저곳을 연결한다. 굴 안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굴 저편에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며 굴은 그곳까지 뚫려 있다. 저쪽에 있는 것과 이쪽에 있는 것을 연결하는 것이 굴이다. 굴은 또 좌우를 연결하기도 한다. 왼쪽에 있는 공간과 오른쪽에 있는 공간이 굴을 매개체로 삼아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 식으로 굴은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회를 겹겹이 연결한다. 굴은 동굴처럼 닫힌 것이 아니라 공동성을 환기시키는, 밝고 열려 있는 것이다. _ 본문 44쪽 중에서

 

벽은 벽, 천장은 천장이라는 식으로 각각을 분절해놓으면 굴이 되지 않는다. 분절은 두뇌를 사용하는 인공적인 조작이다. 분절을 해놓으면 공간이 인공적인 딱딱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굴이 될 수 없다. 같은 질감, 같은 모양, 같은 결을 가진 하나의 피부로 덮여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굴로 느낄 수 있다. 싱글 스킨은 굴을 디자인할 때만 사용하는 기법이 아니다. 히로시게미술관의 경우, 루버를 사용하여 벽을 마감한 것처럼 외벽과 지붕도 모두 루버로 덮었다.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하나의 스킨으로 덮은 이유는 건축을 하나의 생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 나는 건축을 두뇌의 산물에서 해방시키고 싶다. 두뇌로 만든 건축은 논리가 지나치게 드러나 딱딱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싱글 스킨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면 건축에 생물적인 대범함과 부드러운 유연성이 탄생한다. _ 본문 53~54쪽 중에서

 

대숲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거리와는 당연히 다르고 일반적인 숲과도 전혀 다른 종류의 빛과 소리와 냄새가 가득했다. 오솔길이 없다는 점도 더욱 마음에 들었다. 길은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지만 이 대숲에는 그런 구속이 없기 때문에 신체는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 완전히 자유롭다. 대나무를 붙잡고 올라가면 아무리 경사가 심해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녹색의 물속을 헤엄쳐 나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장화는 신고 있지만 그 안에는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이기 때문에 알몸으로 물속을 헤엄치는 듯한 그런 감각이다. 중력도 극복하고 자유롭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수평으로 또는 비스듬히 마음껏 헤엄을 친다. 내가 대나무를 건축 소재로 자주 사용하는 것과 대숲에서의 체험은 분명히 관계가 있을 것이다. 대나무를 사용하는 나의 방법은 약간 특이하다. 대나무를 건축 재료로 사용하고 싶어서라기보다 거기에 대숲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대나무를 이용한다. 대나무라는 ‘재료’가 아니라 대숲이라는 ‘상태’다. _ 본문 65~66쪽 중에서

 

나는 건축 일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콘크리트에는 정이 가지 않는다. 콘크리트는 재사용할 수 없는 재료다. 처음에는 물처럼 형체가 없지만 일단 굳어버리면 도저히 바꿀 수 없는 무겁고 단단한 존재가 되어 절대로 재사용을 할 수 없다. 반면 목조건축은 나무 쌓기와 비슷하다. 물론 나무 쌓기 정도로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편안한 여유로움이 있다. _ 본문 75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