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라는 무기

속도와 경쟁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 장은주 옮김

발행
2019년 06월 28일
쪽수
216 쪽
정가
13,000원
전자책
9,100원
ISBN
979-11-6218-067-9
판형
135   x  205 mm

책 소개

​쓸데없는 생각과 의미 없는 대화로부터 

나를 지키는 사유와 성찰의 시간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대학 강의실이나 비즈니스 강연장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독서와 관련된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질문자들은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신들이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독서는 인간의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혼자 있는 시간과 꾸준히 읽는 끈기가 많이 필요한 활동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즉각적으로 맺을 수 있는 유대 관계를 기반으로 ‘좋아요’와 댓글을 항상 신경 써야 하는 소셜미디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독서량이 극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 증명하는 조사 결과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일본 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에서 매해 실시하는 학생들의 생활 실태조사 항목 중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이 ‘0’인 학생들의 비율이 지난 10년간 30퍼센트대를 유지하다 2018년에 처음으로 53.1퍼센트에 이르렀다고 한다. 전철이나 카페 같은 공공장소만 보더라도 책을 보는 사람이 현격하게 줄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어나는 주변 사람들의 즉각적인 소통과 반응에 익숙해진 것이다. 특히 인맥의 수가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오랜 시간을 들여 사고하고 성찰하는 일, 즉 쓸데없는 생각과 의미 없는 대화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고독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각하지 않고 검색부터 하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나

 

최근 들어 국내외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뉴스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중책을 맡아야 할 인사들의 과거 논문부터 대학가의 졸업 논문까지 표절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교육적으로도 큰 문제다. 그만큼 창의적인 생각을 끄집어내어 자신의 고유한 이론으로 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이렇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조차 표절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를 깊은 사고의 결핍에서 찾는다. 실제로 학생들의 보고서나 논문을 살펴보더라도 인터넷에서 바로 찾아 ‘복붙(복사하기, 붙여넣기)’을 한 결과물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접속하고 무엇이든 검색할 수 있는 환경에 너무나 익숙해진 결과다. 

또 다른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빠른 검색력을 자신만의 무기라고 오해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능력보다 검색하는 능력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도 지적한다. 효율화와 고속화로 대변되는 시대에서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섭렵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장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에 속도의 차이는 큰 변별력을 가질 수 없다. 똑같은 지식을 활용해 남들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임을 기억해야 한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더욱 빛나는 고독의 가치와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가는 시간이 주는 선물들

 

소셜미디어의 일회성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속도와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독의 시간을 강제로 빼앗긴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생각의 속도다.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일상 속에서 비일상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때 창조력이 샘솟는다.”라고 말한다. 효율과 매뉴얼만을 강요하는 세상에 맞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고 무엇을 할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에게 숨겨진 내향성을 발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설명한다. 

외향성을 강요하는 세상의 기준에서 본다면, 내향성이 강한 사람들은 그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향성의 사람들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문제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는 세상 속에 살면서도 자신만의 관점을 지키면서 세상의 변화를 지켜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때로는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가는 것 같아 보여도 그런 시간 동안 우리의 사고는 더욱 무르익어 우리의 잠재의식을 깨우고, 좀 더 깊은 통찰과 창조력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에노모토 히로아키

인간과 사회의 아픔을 위로하는 심리학 강연으로 유명한 일본의 심리학자. 현재 MP인간과학연구소 대표다. 195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 교육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도시바(東芝) 시장조사과에서 근무한 후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았다. 가와무라(川村) 단기대학 강사, 캘리포니아대학 객원연구원, 오사카(大阪)대학 대학원 조교 등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나쁜 감정 정리법》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 《은근한 잘난 척에 교양 있게 대처하는 법》 《부정적 사고력》 《모친 상실》 《타인을 끌어내리려 안간힘 쓰는 사람들》 등이 있다.



옮긴이 : 장은주
일본어 전문 번역가. 일본어 통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중 활자의 매력에 이끌려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잡담이 능력이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스님의 청소법》 《불필요한 것과 헤어지기》 《인생에 화를 내봤자》 《일상을 심플하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시작하며

 

1장 고독할 권리를 빼앗기다 

- 사고와 독서와 상상을 잃은 세대의 풍경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요

책을 읽을 시간도 끈기도 없어요

검색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어요

 

2장 생각의 속도가 우선일까, 생각의 깊이가 우선일까 

- ‘좋아요’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

 

관계가 힘이 되는 세상

허세만 남은 빈껍데기의 유령들

쓸모없는 정보를 지식으로 만드는 법

 

3장 하루 종일 소통을 강요하는 사회 

- 관계에 중독된 사람들이 겪는 만성 피로감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폰

우리는 검색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댓글이 감정을 지배한다

왜 관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4장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되찾자

– 나와 마주하는 고독의 시간을 찾아서

 

유대 관계 의존에서 벗어나기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기

혼자의 즐거움

고독이 우리를 성장케 하라

 

5장 창조는 고독을 관통한다 

–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에 대하여

 

세상의 속도에 반대하다

남보다 느리게 가는 시간의 가치

일상의 틈에서 깨어난 상상력

세상의 방해를 받지 않는 세계

 

맺으며

+- 더보기

책 속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충실히 보내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 중 하나가 독서다. 하지만 현대인은 독서 습관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전철 안을 둘러보아도 예전과 비교하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전철로 이동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집에 있을 때에도 책 읽는 시간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가끔씩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젊은 사람들에게서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반가운 마음에 독서로 화제를 옮겨보지만, 정작 이어지는 말은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거의 읽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가끔씩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젊은 사람들에게서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반가운 마음에 독서로 화제를 옮겨보지만, 정작 이어지는 말은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거의 읽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_<1장 고독할 권리를 빼앗기다> 중에서

 

자신이 ‘일을 잘한다’는 식의 자만심에서 비롯한 자기과시는 정작 ‘일을 못하는 자신’을 들키지 않으려는 자기방어의 다른 모습에 불과하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눈앞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동료에게 ‘자기 PR 시대에 퍼스널 브랜딩도 하지 못한다’면서 우월감에만 빠져 있다면 정말 난감한 일이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실제로 일을 제대로 해낸 적이 없어 꾸준히 노력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또 자신과 다르게 일에 몰두하는 사람에게 비판적인 말을 하는 이유는 무의식중에 자신에게 없는 그들의 능력을 시기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_<2장 생각의 속도가 우선일까, 생각의 깊이가 우선일까> 중에서

 

일상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다나 대화 정도의 글에도 상대의 댓글을 신경 쓰느라 수시로 확인을 해야 한다. 곧바로 댓글이 달리거나 상대로부터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으면 초조해하기도 한다. 나쁜 반응에 이내 침울해지고 힘이 빠져 쉽게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또 상대가 메시지를 읽었는지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시지를 읽고도 반응이 없으면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또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답장이 몇 분만 늦어도 초조해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그런 심리를 잘 알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올린 글에 즉시 반응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금세 피로해진다. 단체 대화방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혹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늘 신경을 쓰고 확인을 하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_<3장 하루 종일 소통을 강요하는 사회> 중에서

 

모든 외부 자극을 차단할 필요는 없다. 외부 자극에 지나치게 길들여져 있는 사람에게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빼앗아버리면 한동안 어쩔 줄 몰라 하며 자극이 사라진 시간을 권태로워한다. 그런데 간혹 어떤 사람들은 자극이 없는 권태로운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극복해내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늘 바쁘게 일하는 바람에 휴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그 시간이 너무 권태로운 나머지 스포츠 센터를 다니기 시작하고서 하루하루 즐거움을 되찾았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다면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외부 자극에만 반응하는 수동적인 생활에서 벗어나려면, 외부 자극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의도적으로 지루함에 몸을 맡겨보는 방법도 괜찮다.

_<4장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되찾자> 중에서

 

모든 것이 빨라진 사회에 몸을 맡기고 변화의 움직임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나머지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만 생각하면 모든 일이 정형화된다. 불필요한 것은 배제하고 정형화된 방법으로 일을 하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매뉴얼화가 전형적인 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매뉴얼로 만들어 효율성만 따지면 창조성을 잃게 된다. 정형화된 방식으로 늘 반복되는 일만 하면 흥미도 떨어진다. 일하는 시간 자체가 괴로워진다. 충실한 비즈니스 라이프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조성을 발휘해야 한다.

_<5장 창조는 고독을 관통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