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살아 줘서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06 - 생명

장지혜 지음 | 양수홍 그림

발행
2015년 12월 15일
쪽수
168 쪽
정가
11,800원
전자책
7,080원
ISBN
979-11-86688-23-6
ISBN SET
979-11-955094-4-7
판형
152   x  220 mm

책 소개

 

2015년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상작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아니? 

 

엄마가 송이만 두고 세상을 떠나 버렸다! 

엄마 없는 세상은 재미도 없고 온통 시시할 뿐이다. 

슬픔에 젖어 아무 의욕도 없는 송이에게 어느 날 놀라운 사건이 일어나는데… 

 

생명의 소중함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십대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9명으로 OECD 국가들 중에서 몇 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중에서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은 점입니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십대들이 성적이나 집안 문제, 왕따 문제 등으로 고민하다 소중한 목숨을 끊는 것은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적으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인 관심과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 생명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마워, 살아 줘서》는 병으로 엄마를 잃은 주인공 한송이가, 엄마를 따라 하늘나라로 갈 방법을 궁리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버려진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주변 인물로는 엄마의 지나친 관심과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남의 물건을 훔치면서 해소하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는 야무치, 자신보다는 동물 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이모, 인기 가수의 죽음에 슬퍼하는 친구 민영이 등이 등장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작은 조팝나무 한 그루가 담장 높이보다 크게 자라 가지마다 촘촘히 꽃을 피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바람을 맞았을까요? 심장병이 있는 엄마가 송이를 임신하고 한 주 한 주 버티면서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을까요? 먹이도 공급되지 않는 버려진 동물원에서 새끼 타조들을 낳고 목숨을 잃은 엄마 타조와 아빠 타조도 송이 엄마와 똑같은 마음으로 새끼를 품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조심스러운 주제이긴 하지만 죽음을 직면하면서도 살아 있음에 더 감사하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줍니다.

엄마를 따라갈 날만 기다리는 아이, 한송이
젊었을 때부터 심장이 약했던 송이 엄마가 결국 세상을 떠나자, 남겨진 송이 아빠와 송이는 하루하루를 의욕 없이 살아갑니다. 아빠는 매일 밤, 술을 먹고 늦게 귀가하기 일쑤고, 송이는 송이대로 어떻게 하면 엄마를 따라 하늘나라로 갈 수 있을지 연구하느라 여념이 없지요. 그러던 중 송이는 자살 방법을 알려 주겠다는 야무치라는 남자아이와 채팅을 하게 됩니다.
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이모를 따라 지방의 버려진 동물원을 방문한 송이는 그곳에서 버려진 타조, 백호 등을 만나면서 그 동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오갈 데 없는 새끼 타조 두 마리를 데려다가 집 마당에서 키웁니다. 다시 타조를 데려다주기 위해 동물원으로 간 날, 송이는 망가진 놀이 기구에 탔다가 놀이 기구가 오작동하면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쳤지만 천만다행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아빠가 팔이 부러지면서까지 송이를 받아 냈기 때문이지요.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며 송이의 마음은 마당의 조팝나무처럼 쑥쑥 자랍니다. 엄마가 전부인 줄 알았던 송이의 마음에는 아빠도 있었고, 어린 새끼 타조 타돌이와 타순이도 있었고, 버려진 백호 강산이도 있었고, 방황하는 야무치와 단짝 민영이도 있었습니다. 송이는 엄마의 일기장을 보며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심장병을 앓으면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인 걸 알게 됩니다. 엄마의 일기장 안에 ‘생명’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과 기쁨이 가득 들어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삶이라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며 가슴 벅찬 일인지를 깨닫게 되지요.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장지혜
인천 송도에서 사람 식구 세 명과 수줍음 많은 ‘노을이’, 스타워즈 캐릭터를 닮아서 ‘요다’라 불리는 고양이 식구 두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고, 5·18 문학상, MBC 창작동화 장편부문 대상 등을 받았습니다. 《아빠의 선물》 《사자성어 폰의 비밀》 《할머니는 왕 스피커》 《내 친구 이름은 블루샤크》 《말로 때리면 안 돼!》(공저) 《다 같이 하자, 환경 지킴이》 《그냥 포기하고 말까?》 《여기는 대한민국 푸른 섬 독도리입니다》 《고마워, 살아줘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저씨네 피자 가게》 《어쩌다 우린 가족일까?》 《이 집 사람들》 《떼쟁이, 요셉을 만나다》(공저) 등 여러 책을 썼습니다.



그린이 : 양수홍
서울에서 태어나 달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공부했고, 지금은 화실에서 어린이와 성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면서 다양한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냉장고 먹는 괴물》 《호랑이와 곶감》 《똥 지리다》 《저학년 공부 사전》 《서울, 1964년 겨울 외》 《사랑이 있는 곳》 등 여러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차

비 내리는 날
라면과 김치
동물원에서 생긴 일
타돌이와 타순이
생명 존중 수업
천국으로 가는 자이언트 드롭
아빠랑 나랑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내가 태어나기 전에
백호 구하기 작전
다시 만난 강산이
작가의 말 - 괜찮아, 힘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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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송이야, 엄마 김치가 최고지?”
엄마는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이 김치를 버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작년에 손수 담근 김치는 여기 있는데 엄마는 어디로 간 걸까? 김치통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엄마 생각이 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꺼내 먹었고, 김치찌개를 끓일 때는 할머니가 보내온 묵은지만 썼는데 벌써 다 먹어 버렸다. 그나마 조금 남은 김치에는 스멀스멀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앞으로 평생 엄마가 담근 김치를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하자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 <라면과 김치> 중에서

천천히 걸어가다가 마지막 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거기, 놀랍게도 호랑이가 한 마리 있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뒷걸음을 쳤다. 송곳니가 흉측하게 튀어나와 있어서 호랑이라기보다 괴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하게 생긴 괴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오랫동안 씻지 않아 더럽기는 했지만 백호가 분명했다. 시멘트 방 안에서 얼마 동안 이렇게 혼자 있었던 것일까?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 있는 데다 군데군데 털까지 빠져 있었다. 그 모습에 두려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묘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백호는 엄마도, 형제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혼자 끊임없이 맴돌고 있었다. 불안한 듯 서성이는 것이 마치 내 모습 같았다.
- <동물원에서 생긴 일> 중에서

나는 장난 삼아 마이크를 뽑아 들고 말했다.
“지금부터 천국으로 가는 놀이 기구 운행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안전띠를 매 주세요.”
마이크도 작동은 되지 않았지만 제법 폼이 났다. 앞에 있는 버튼을 꾹 누르고 다시 말했다.
“이 놀이 기구를 타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김희진 씨가 있는 하늘나라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기계 장치에 불이 들어오며 ‘윙’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네 심장이 튼튼한지 한번 시험해 봐.’
자꾸 누군가 그렇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텅 빈 놀이공원은 괴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고요했다.
- <천국으로 가는 자이언트 드롭> 중에서

엄마, 이제 알았어요. 내가 정신을 잃었을 때 엄마가 왜 그렇게 슬퍼 보였는지,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에 내가 잠깐 어리석은 생각을 했어요. 엄마, 약속할게요. 엄마 바람대로 한 송이 꽃처럼 어여쁘게 자라 멋진 어른이 되겠다고. 착한 일도 많이 하고 훌륭한 일도 많이 해서 오래오래 살다가 천국에 갈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도 약속해 주세요. 밝고 빛나는 천국에서 언제나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 <내가 태어나기 전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