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깊은 떨림
번역가 강주헌이 뽑은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세계 명시 100
모두가 외로운 상실의 시대,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세계 명시 100
잃어버린 가치를 찾고 삶의 이정표가 되는 잠언적 성찰이 가득 담긴 시
그 깊은 떨림 속으로 초대합니다!
하나의 별이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인도할 수 있으리라...
수많은 불면의 밤, 수백 번의 질문과 수십 년 응어리진 고통이 한 편의 시로 탄생한다. 때로는 슬픔과 절망의 언어로, 때로는 기쁨과 사랑, 용기의 언어로 찾아낸 숨통. 우리가 시를 읽고 깊은 울림과 위안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가 언어로 그려지고 우리 마음으로 들어올 때의 여정은 짧을 때도 있고, 때로 먼 길을 돌아오기도 한다. 오래오래 곱씹고 읽고 또 읽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고, 찰나 순간의 시어 하나로 마음에 파랑이 일듯 울렁거릴 때가 있다. 슬픔과 절망에서 우리를 끌어 올려줄 그 무엇, 그 어떤 노래로도 못 담아낸 사랑을 그려줄 그 무엇, 희망과 꿈을 밀어줄 그 무엇인가가 간절히 필요할 때 시는 우리 마음에 들어와 빛을 발한다.
《그 깊은 떨림》을 엮은 강주헌은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강의했으며,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한 전문 번역가다. 불어 전공자로서 영어권 학자인 촘스키를 연구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140여 권의 도서를 번역하였다. ‘펍헙 번역 그룹’을 설립해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가 강주헌은 시는 텍스트로서 가진 힘이 가장 섬세하고 압축적이며 깊이가 있는데, 이 아까운 텍스트들이 최근 외면 받고 사장되어 가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왜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가 난해하기 때문일까? 삶이 분주하기 때문일까? 시의 텍스트가 주는 유희와 모티프, 그 깊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강주헌이 오랜 시간 번역에 몰두한 내공을 빌어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세계 명시’들을 뽑았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대적 유산으로 가장 부합한 것이 시가 아닐까. 부모 세대에 잠언과 같이 깨달음과 이정표 역할을 했던 명시, 푸르렀던 그날에 늘 곁에 두고 지표로 삼았던 반가운 그 시들을 다시 뽑았다. 자녀 세대에게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삶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품고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세계명시 100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시 한 편 음미할 여유가 없는 팍팍하고 가파른 일상 가운데 시가 성큼 들어와 사람들이 다시 꿈을 꾸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제 선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별보다는 사랑, 갈등보다는 화합, 절망보다는 희망을 그린, 읽고 나면 마음 깊이 떨림이 전해지고 골방에서 나온 듯 지평이 넓어지고 생각이 유연해지는 시들이다. 상실의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 영혼에 이런 작은 떨림을 안겨줄 시詩다.
“하나의 별이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인도할 수 있으리라.”
오늘 여러분의 가슴에 담긴 시 한 편이 그 길을 인도하길 바란다.
춥디추운 땅에서도 낯설고 낯선 바다에서도
그 노랫소리를 들었다...
시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곁에 있다. 시는 우리 앞에 놓인 춥고 낯선 땅을 걸어갈 때 용기를 더해 줄 것이다. 길을 안내해주는 노랫소리가 선명히 들려올 때 옛날 아버지들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우리도 확신을 갖고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그 깊은 떨림》에 수록된 세계 명시들 또한 수백,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인의 삶 속에서 깊은 깨달음을 주고 삶의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이 책에 실린 칼릴 지브란, 예이츠, 바이런, 롱펠로, 헨리 반 다이크, 에드거 앨버트 게스트 등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시인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단연 또다시 읽고 세대를 통해 유산으로 남겨줄 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허공을 향해 화살 하나를 쏘았다. / 화살은 땅에 떨어졌지만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 너무도 빠르게 날아가 / 눈으로 화살의 궤적을 뒤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 나는 허공을 향해 노래 한 곡을 불렀다. / 노래는 땅에 떨어졌지만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 노래의 궤적을 뒤쫓아갈 수 있을 만큼 / 예리하고 강한 눈을 가진 사람이 있겠는가? /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떡갈나무에서 / 나는 그 화살을 찾았다. 여전히 부러지지 않은 화살을. / 그리고 그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 한 친구의 마음에서 다시 찾았다.
- <화살과 노래>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강주헌은 ‘엮은이의 말’에서 시란 남들과 무언가를 공유하기 위해서 창작되는 것이라 하였다. 시로서 추억을 공유하고 기쁨을 공유하고 꿈을 공유하고 사랑을 공유하는 것이다. 허공을 향해 쏜 화살과 노래와 같은 시인의 순수한 몽상은 허망한 듯하나 긴긴 세월이 지나 누군가의 마음에 심장처럼 박히기도 하는 것이다.
《그 깊은 떨림》은 ‘사랑’에 관한 시, ‘우정, 가족’에 관한 시, ‘용기와 꿈’에 관한 시, ‘삶’에 관한 시, ‘희망, 기쁨’에 관한 시, 이렇게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눈으로 읽고 가슴으로 온전히 느끼도록 시에 대한 해설은 싣지 않았다.
시의 떨림과 기쁨을 더해 주는 그림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오랫동안 활동한 화가 최용대가 그렸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은 2000년 이래 본격화된 <숲La Forêt> 시리즈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의미한다. 숲길을 걸으며 시구 하나로 깨달음을 얻던 때를 떠올려보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