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놀다
한국의 혼을 그려내는 화가 임효의 그림 에세이
묵직하고 진지한 그림 뒤에 숨어 있는 유머와 해학, 교감과 소통
하늘을 보며 얻은 영감으로 자연 속에 생명을 그려내는 화가 임효의 그림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그림을 통해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 임효는 재료나 소재 등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표현을 구사해 왔다. 최근에는 한지와 옻칠의 상생기법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그림에 들어선 이후 그림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갈등, 욕망, 사랑 등을 시와 산문과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현실과 이상의 굴레 사이에서 생활인의 짐과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예술가로서의 고뇌를 담고 있다. 그림의 묵직함과 진지함 뒤에 숨어 있는 감성적인 시와 해학적인 산문에서 화가 자신의 순결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긴 작품생활의 여정 속에서 자신과 교감하고, 대상과 교감하고, 사람들과 교감하며 소통하는 삶. 작가는 그 에너지를 글과 그림을 통해 모두에게 나누어주고 싶어 한다.
보이지 않는 희망을 응시하는 도깨비 같은 삶
"컴퓨터는 도깨비를 만들지 못하지만 사람은 도깨비를 만들고 상상할 수 있다. 도깨비가 있는 사회, 그것이 사람 향기 나는, 사람 사는 동네다. 허망함이 있고 실망이 있고 낙담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존재한다. 그래서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을 찾아 가는 것이다."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워 가는 과정, 그것이 임효의 그림이고 삶이다.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철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꽃,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 가없이 우뚝 서 있는 소나무들은 언제나 작가에게 영감이 되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작가는 자연의 선물 하나 하나를 그림으로 그리다 못 다하면 돌아와 시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구도자 같던 화가 임효는 돌연 현실로 변신하여 자식이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길 바라는 아버지로서의 안타까움, 아내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 제자의 결혼식 주례 이야기로 화가 이전에 인간 임효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작가의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독일의 바드 도버란에서 고독을 벗 삼아 '하늘'을 그렸던 일, 작업실 '섬'에서의 몰입의 과정 등은 예술가의 고독이 산화되어 작품이 만들어지는 치열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얀 종이 위에 펼쳐진 무한 창조의 세계
그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하얀 종이 위에서 또 하나의 우주가 탄생한다. 그 창조의 기쁨과 희열은 고독의 에너지를 불태우고 인내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예술이라는 커다란 터널을 지나기 위해서 예술가는 오직 혼자의 힘으로 고단하고 힘든 길을 걸어가야 한다. 터널을 지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터널을 파야하고, 가다듬고, 실험하고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깨뜨려 보지만 터널을 지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그림, 사람, 술을 좋아하는 화가 임효는 '돈키호테'처럼 보이지 않는 희망에 목숨을 걸고 언제나 순수와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수행과 구도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작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인생의 행복은 비움과 나눔에 있음을 한국적인 이미지로 표현해 온 임효의 에세이는 그의 그림을 닮아 더없이 맑고 고요합니다. 봄날의 투명한 햇살이 겨울 추위에 잠든 정신을 일깨우듯 그의 글 속에는 삶의 깊은 울림이 잔잔하게 전해옵니다. ―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서울사이버대학교 석좌교수우리 시대 화가 임효의 화문집 《그림 속에 놀다》는 그가 관조한 유어예遊於藝 정신을 문장 속에서 붓질한 발묵 잘된 수묵화와 같은 글이다. 그의 탁발한 그림만큼 문장의 울림 또한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감동이 놀랍다. ― 김양동 서예가, 계명대 석좌교수그림 재주도 모자람 없이 넘치는데 글재주까지 겸비한 줄은 미처 몰랐다. 그림에 대한 사랑과 갈등, 열망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역시 미치지 않으면 예술을 할 수 없다. 임효는 미쳤다. ― 김종선 KBS <광개토대왕>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