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이 가득한 시집
용혜원 시인의 신작 시집이 새로 나왔다. 마음의 풍경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용혜원 시인은 이 시집에서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을 가득 담았다. 사랑의 설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은 상처와 후회, 더 뜨겁지 못했던 삶에 대한 아쉬움,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그리움의 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쑥쑥 자라나
사랑을 시작했다
마음의 터널을 오가며
차가운 마음에
훈기가 돌도록 원하는 만큼
눈물을 흘리며 서로 포옹하고 싶었다
-<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중에서
용혜원의 시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연인, 친구, 부모자식 등 세상의 모든 따뜻한 시선에 사랑이라는 말을 붙이듯, 때론 후회하고 상처받을지언정 늘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 있었기에 지나간 추억이 아름답고, 사랑이 있기에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그래서 시인에게는 그리움도, 성냄도, 아름다움도 모두 사랑인 것이다. 삶을 너무 사랑하기에 때로 마음의 병에도 걸렸음을 고백한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 속에
한동안 말을 잃고 살았다
우울증이 번져
절망의 찌꺼기가 괴롭혀
웃고 싶은데 눈물만 쏟아졌다
-<살아가는 데 어찌 괴로움이 없을까>중에서
지나온 삶의 안타까움과
다가오는 삶에 대한 기대감 속에
늘 서성거리다가 떠나는 것은 아닐까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마다> 중에서
비틀비틀 갈팡질팡하며 흘러가는 세월. 어쩔 수 없이 겪어내야 하는 고통과 상처를 견디다가도 문득 커피 한 잔, 막국수 한 사발에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진다. “친구야, 밥 한번 사라” 하며 푸념하기도 하고 불면증 때문에 한밤에 울린 자명종 소리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적당하게 배부르고 등 따스한” 것만으로 행복의 충분조건이 됨을 깨닫는다.
인생 뭐 별건가
때때로 막국수 한 사발에도
기분이 좋고 살맛 나는 걸 보면
…
인생 사는 맛이다
-<막국수 한 사발> 중에서
순수하게
감정이 원하는 대로
덧붙이거나 색칠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
알몸으로 꽃피고 싶다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중에서
시인은 욕심 부리지 않고 꾸미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하는 마음의 골, 거기에서 찾아내는 소박한 삶의 의미. ‘내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고 얻는 공감과 위로. 그것이 용혜원의 시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이 시집에는 수묵, 채색, 한지의 표현을 통해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치면서 우리다움의 멋을 보여주는 화가 임효의 그림이 풍성함을 더한다.
1986년 첫 시집 《한 그루의 나무를 아무도 숲이라 하지 않는다》를 출간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92년 《문학과 의식》을 통하여 등단했다. 93권의 시집을 포함하여 총 205권의 저서가 있으며, 40년 동안 솔직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각종 단체와 기업체를 대상으로 강연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용혜원의 시》 《용혜원의 그대에게 주고 싶은 나의 시》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