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집쟁이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알짜배기 인생들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고 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리며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가 된다. 저자 박종인은 허명과 허세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알토란같이 일구어가는 사람들, 소리 없이 세상에 따뜻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을 찾아내었다.이들은 서해 바닷가 근처, 강원도 산골짝, 서울의 어느 뒷골목, 한라산 기슭 혹은 일본의 어느 곳에 살고 있었고, 비록 가난하고 몸이 불편하지만 꿈과 자부심을 위해 고집스럽게 한 길을 걸어 세상에 유익한 열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저자는 그들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어 수년 동안 신문에 연재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책으로 엮어내며 묻는다. 이들만큼 아파본 적 있느냐고. 이들만큼 뜨거워본 적 있느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거든 이들의 삶을 보라
“한 개를 나누면 두 개가, 두 개를 나누면 그게 네 개가 되어 나눠진다. 연결에 연결, 그게 사는 원리다.”
15년 동안 독거노인과 복지단체에 소금 포대를 기부하고 있는 강경환은 13살에 발목지뢰로 두 손을 몽땅 잃고 손몽둥이로 소금밭을 일구는 소금장수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신분, 장애인 수당을 포기하고 일반인도 고되다는 염전 일을 하며 소득의 10퍼센트를 기부하고 있다. 자선단체를 만들어 더 많은 나눔을 꿈꾸고 있다.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안 이루어지면 그건 노력을 하지 않은 거고. 비록 가난했지만 언제나 꿈꾼 만큼 노력했다.”
여섯 살에 척추가 부러져 척추 장애를 입은 박공숙은 힘들고 슬플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식당일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고,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전수자가 되었다. 이제 하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춤추고 노래한다. 관객들은 그 노래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불편한 그의 몸을 보고 더 놀란다.
“30년 넘게 자장면을 만들었다면, 그 자장면에는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 주방보조로 시작한 자장면 인생 이문길은 자장면집을 운영한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손님은 삶의 목표가 아니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라도, 단 한 그릇 먹어보고 눈물을 흘려줄 음식을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드는 것.” 오직 이것만이 목표이다. 100퍼센트 수타가 원칙이며 어린 손님을 위해 술은 팔지 않고 배달은 반경 50미터 안. 돈의 노예가 되기 싫어 수많은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며 고집스럽고 행복하게 자장면을 만들고 있다.
팔 없이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석창우, 왼팔 하나로 아름다운 한복을 만드는 이나경, 일본에 가서 조선의 옻칠을 복원한 옻칠장이 전용복, 정성을 파는 양복장이 이경주, 근이영양증으로 14년 동안 집안에만 갇혀 산 시인 고 김민식까지 ……. 이들 앞에서 몸이 아프다고, 돈이 없다고, 삶이 힘들다는 투정은 말 그대로 투정으로만 들릴 뿐이다. 어떠한 역경이 와도 꿈과 자부심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배운 게 없어서”라고 말을 아끼며 무심코 뱉은 한마디들은 그대로 삶의 진리다.
“팔이 없으니까, 온몸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보니 그 힘이 붓으로 전달되고 화선지에 표현되는 거 아닐까.”-팔 없는 화가 석창우
“손은 수많은 도구 중 하나다. 입술도 무릎도 발가락도 훌륭한 도구지.” -왼팔 하나로 이룬 한복 미학 이나경
“억울해서라도 비뚤어지게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 혹독한 시절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가장 큰 동력이 됐다.”-나는 조선의 옻칠장이 전용복
“평소에 선친께서 늘 말씀하신 것이 정성무식精誠無息 즉 정성은 끝이 없다는 것이었다.” - 3대를 잇는 종로 양복장이 이경주
“이게 중요해. 중심 잡는 거. 신발이건 인생이건 세상이건 중심을 꽉 안 잡으면 불량품 되는 거다.” -축구화 수선 47년 김철
“지금 처져버리면 영원히 못 일어난다. 죽을 때까지 도전해야지.” -12대째 활 만드는 권무석
“내일 아침에 해가 얼른 떴으면 좋겠다. 빨리 망치질하게.” -제주 석장 장공익
전설의 배무이 신영수는 말했다. “나 같은 사람 많이 만나봤을 거 아니여. 짐작컨대, 다들 못살지? 그냥 자기가 좋아서 자기 일 하고 살지?” 그러나 삶이란 요령을 배우는 것이 아닌 뜨겁게 살아내는 것임을 증명한 이들에게 세상은 감동하고 고개를 숙인다.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 만하다고, 우리 모두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기자이고 작가이며 사진가인 저자의 멋진 작품사진들이 수록되어 그 장엄한 삶에 품격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