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

세키 간테이 지음 | 오근영 옮김

발행
2009년 07월 16일
쪽수
255 쪽
정가
11,000원
전자책
ISBN
978-89-5937-173-0
판형
143   x  195 mm

책 소개

80대 젊은 조각가의 불량한 삶, 그 유머와 독설 속에 담긴 삶의 통찰

“나이 들면 욕심을 줄이고 세상과 젊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아가는 게 도리”다? 이러한 세상의 논리에 반기를 들고, 80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낮에는 정열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고 밤이 되면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든다. 매일 밤 선술집에 드나들며 독설과 유머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80대의 젊은 조각가 세키 간테이는 어린 시절, 삶의 본질을 찾고자 전국 산야에서 걸식행각과 수행을 한 끝에 “가르침 이전에 인간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난행고행을 그만두고 조각과 그림에 몰두하며 불량한 삶, 자연 그대로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남자들이여, 죽을 때까지 색기를 갈고 닦아라

“여성은 생명의 빛이 스러지지 않는 남성을 좋아하는 법입니다.” ‘색골이다’라는 질투 섞인 비난의 말을 ‘여전히 생명력이 번득이고 있군요’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불량 노친네’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는 젊은 여자 친구가 버스를 가득 채울 만큼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최대한 불량하게 살 수 있는 실천방법과 각종 비법들을 제시한다. 깨달은 체, 점잖은 체, 있는 체, 아는 체하는 사람들의 허위를 벗겨주는 것이 취미이며, 자신이 갑옷을 먼저 벗어야 다른 사람들 또한 갑옷을 벗고 진실한 마음으로 사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툭툭 던져놓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깊은 연륜에서 나오는 삶의 통찰이 배어 있다. “늙으나 젊으나 설레임은 같습니다” “삶에 이치 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천국도 지옥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정도 연애도, 색기가 있는 곳에서 탄생합니다” “안주하면 ‘생명’이 혼탁해집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믿어지는 것이 있는 법입니다” “인간관계의 치장은 금세 벗겨집니다” 늙어서도 멋이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선망이고 위안이 아닐 수가 없다. 간테이 씨가 권하는 ‘불량’은 번득이는 생명력을 말한다. 기인인지 바람둥이인지 통달한 사람인지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그의 글은, 생명력을 잃는다는 것은 과욕과 아집으로 인한 자포자기일 수 있으며, 마음을 비우고 에고를 없애야만 삶을 즐길 수 있고 생을 빛나게 할 수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세키 간테이
대정 8년 도쿄에서 출생한 조각가로, 1933년 고등소학교 졸업 후 14세 대 국수집에서 견습사원으로 근무했으며 17세 때 조각가 사와다 세이코 씨의 문하생이 되었다. 1949년, 태평양전쟁으로 소실된 도쿄 나카노, 모선사의 본전불상 등을 조각하여 봉납했으며, 1955년에는 산문의 금강역사를 봉납, 1951년에는 진언종 대승정으로부터 밀법 전수를 받았다. 1992년에 발원하고 나서 30여 년에 걸쳐 탈활건칠 기법으로 홍법대사상을 봉납했으며 조각 외에 그림과 글씨에도 뛰어나며 골동품에 대한 조예도 깊다. 작가인 고 야마구치 히토미 씨와 친교가 두터웠고 그 작가의 에세이에 도스토 씨라는 이름으로 자주 등장한다. 저서로 『古美寶論-간테이 고미술 대담』, 『인생, 너그럽게』 등이 있다.

옮긴이 : 오근영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일본어 전문번역가이다. 역서로 『기습』(전 4권 공역), 『패왕 후히토』(전 3권 공역), 『한이불속 두나라』, 『르네상스의 미인들』, 『소년H』, 『악의』(전 4권 공역) 등과 『겨울 이야기』 『해변 이야기』 『숲 이야기》『들판 이야기』『영이의 보물 상자』『선생님, 이야기하고 싶어요』 등의 어린이책이 있다.

목차

1 여든한 살 불량 노인, 여전히 건재합니다
선생님, 어찌 그리도 기운이 넘치시는지? / 허망한 고행과 난행을 겪은 결과 / ‘늘그막에 하는 연애’라고 말하지 맙시다 / ‘노화방지 학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불량’하게 사는 거야 간단한 일이라오 /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게 답답합니다 / 나는 생활의 ‘때’를 이렇게 떨쳐냅니다 / 버스를 가득 채울 정도의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 누구나 많은 여성과 사귀어왔을 터 / 늙으나 젊으나 설레임은 같습니다 / 나는 ‘벗기는 것’이 특기입니다 / 마음을 터놓고 소근거리는 남자 친구도 좋습니다 /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 그림을 그립니다 / ‘눈으로 듣고 귀로 본다’는 것

2 불량이란 ‘시들지 않는’ 삶을 말합니다
수행을 거쳐 ‘불량’에 도달했습니다 / 마음이 기우는 곳, 그곳에 불성이 있습니다 / 무슨 소리를 들어도 마이동풍입니다 /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기뻤던 10만 엔의 사연 / 나이를 먹으면 ‘버리는 일이 특기’이고 싶습니다 / 속아도 재미있습니다 / 스님의 눈물 / ‘고요함’을 찾아 불상을 마주합니다 / 삶에 이치 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 헤이안 시대의 불상에 드러나는 초연한 ‘인간’ / 모두가 거세당해서야 되겠습니까? / 기개를 가지면 마음은 자유롭습니다

3 남자들이여, 죽을 때까지 색기를 갈고 닦아라
야마구치 씨의 ‘색기’는 눈부시게 번득입니다 / 우정도 연애도, 색기가 있는 곳에서 탄생합니다 / 과장된 말로는 마음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 떠내려온 젓가락을 반갑게 사용하는 어리석음 / 미숙한 남자일수록 여성의 강인함을 모릅니다 / 마누라와도 타성에 젖어서는 안 됩니다 / 진지한 이야기보다는 객쩍은 이야기가 더 좋습니다 / 이 나이에도 러브레터를 받습니다 / 고약한 말은 대화의 향신료입니다 / 고비사막의 모래바람과 새하얀 유방의 추억 / 불량 노인의 과분한 특권

4 ‘여행’으로 인생의 때를 털어내고
안주하면 ‘생명’이 혼탁해집니다 / 재산과 직함은 ‘공중누각’에 불과합니다 /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 여행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 여행도 인생도 가볍게 / ‘나팔’은 불지만 ‘나발’은 불지 않습니다 / 사람 냄새가 나는 여인숙을 좋아합니다 / 그리스의 붉은 개를 보고 감동한 사람 / ‘깨달은 척’하면 못 씁니다

5 인생, 타성이 생기면 끝장입니다
이 몸은 여전히 성장하는 중입니다 / ‘허’를 감추면 ‘실’이 줄어듭니다 / 웃는 얼굴이 좋은 사람만 사귑시다 / 삶은 죽을 때까지 아마추어 / 생명에는 젊고 늙음이 없습니다 / ‘어설픔’이야말로 내 희망입니다 / 분발하기보다 사랑하듯이 살고 싶습니다 / 주제를 모르고 불평만 해봐야 소용없는 일 /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결점은 그대로 놔둡니다 / 사람의 고민에 크고 작음은 없습니다 / ‘탈선인생’을 좋아합니다 / 밥맛없는 인간에게는 웃는 얼굴로 ‘자, 그럼 안녕’ / 인간관계의 치장은 금세 벗겨집니다 / 벌거숭이로 태어났으니 마지막에도 벌거숭이로 / 답답한 삶은 딱 질색입니다 / 죽음이 가까우면 삶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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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나무생각의 ‘아름다운 나이 듦’을 위한 책 두 권이 새로운 장정으로 재출간되었다. <타임>지의 에세이스트 로저 로젠블라트가 쓴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과 80대의 일본인 조각가 세키 간테이가 쓴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으로, 두 책은 시종일관 유머와 웃음을 놓치지 않으면서 중요한 삶의 법칙들을 이야기한다.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은 2002년에 출간되어 꾸준히 사랑받은 책으로, 삶을 지혜롭게 가꾸어 나가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58가지 조언이 담겨 있다. 이 주옥같은 법칙들은 세련된 모습을 뽐내며 ‘에고에서 벗어나는 법’ ‘지식인의 과다한 자의식에서 벗어나는 법’ '관계의 허위의식’ 등을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쳐내고 있다. 현대인들이 시달리고 있는 과도한 강박증을 유쾌하게 풀어주는 저자는 세련되고 지혜로운 처세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반면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은 2001년에 출간되었던 《불량 노인이 되자》를 재계약하여 출간한 책으로, 저자가 자신의 삶을 통해 진정한 젊음과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각가인 저자는 ‘가르침’이나 ‘지혜’는 인간이 탄생한 이후에 생겨난 것이라 말하며 본능에 충실한 색기(생명력)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저녁이면 선술집에 출몰하고 젊은 친구들과 좌충우돌 한담을 나누는가 하면 트럭 한가득 여자 친구를 싣고 달릴 것을 권한다.
두 책이 권하는 나이 드는 법은 이렇게 차이가 있지만, 둘 다 유쾌하고 쿨하다. 의기소침해지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나이듦에 영양가 찐한 책이다.
지적이고 명쾌한 서양 에세이스트(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불교 수행을 한 동양 예술가(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가 이야기하는 나이 드는 방식은 다르나, 어느 문화권이든 진정한 삶의 방식은 머무르지 말고 흐르고 변화해야 생기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