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

신영길 지음

발행
2007년 03월 30일
쪽수
248 쪽
정가
10,000원
전자책
ISBN
978-89-5937-130-3
판형
148   x  210 mm

책 소개

고도원의 아침편지 ‘신영길의 길 따라 글 따라’에 연재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바이칼 여행기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신영길은 이미 스타이다. 2006년부터 꾸준히 연재하고 있는 여행기에는 어린 학생들부터 칠십 대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댓글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으며, 특히 그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호응을 받고 있다. 평생 글이란 것을 써보지 않았던 그가 지금 수만 명의 아침편지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1958년 생인 신영길은 그 시대에 태어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 명절 외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기에 다른 사람보다 승진도 빨랐다. 그러나 사십대에 막 들어섰을 즈음, 온 나라는 IMF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고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몸은 쇠약해져 있었고, 남들보다 빠른 승진은 명예퇴직 1순위 대상이 되었다. 보증 선 것이 잘못되어 퇴직금과 재산이 순식간에 날아갔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다. 불행은 꼬리를 물고 찾아왔다. 

 

“겨울의 심장을 보고 싶었다.끝없이 이어지는 고난의 정체는 무엇인지 따져 묻고 싶었다” 

새로 시작한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즈음, 그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바이칼 명상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일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났다. 바이칼은 시베리아(러시아) 한복판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호수로, 세계 최대의 담수호이다. 약 2,500만 년 전에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우리 민족의 기원을 그곳에서 찾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2006년 겨울날, 신영길은 바이칼을 수행하듯 여행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하얗게 눈부신 자작나무 숲, 깊이를 알 수 없이 투명하게 얼어 있는 호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앞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되었다. 리스트비얀카, 앙가라 강, 알혼 섬, 부르한(샤먼) 바위… 온갖 신비와 설화를 간직하고 있는 바이칼 호의 여행에서 저자는 다시 아름다웠던 추억 속으로의 여행,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의 여행을 떠난다.울란바토르에서 이르쿠츠크까지 24시간 달려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한번 타면 앞으로만 나아갈 뿐 되돌릴 수도 멈출 수도 없는 기차 안” 같은 삶을 깨달았다. 우리와 모습이 비슷한 몽골계 러시아 인들을 만나 지금보다 순수하고 마음이 따뜻했던 이삼십 년 전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들의 통나무집에서 “동면하고 있을 유충처럼 곤하게” 잠을 잤다. 바이칼 호가 배경이 된 이광수의 《유정》 속 인물들을 떠올리며 사랑을 생각했고, 톨스토이와 푸슈킨의 흔적을 더듬었다.자작나무 바로 위에서 빛나는 별을 보며 잊고 있었던 어릴 적 꿈과, 새벽에 정화수 떠놓고 자식 잘되기를 빌었던 우리 어머니들의 곱고 정갈했던 마음을 기억했다.바이칼 얼음 위에 앉아 마음속에 박혀 있는 못을 뽑아냈다. 불어오는 바람에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을 씻었다. 그러면서 꿈을 실어 연을 날리던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인생 전반기를 정리하고 후반기에 새롭게 싹트는 꿈과 희망을 보았다. 

 

바이칼의 맑은 물로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글

“참 좋다. 그걸로 족해. 정말 좋다” -피천득 

짧고 강렬했던 바이칼 호 여행을 마치고 이전과 다른 모습이 되어 돌아온 그는, 아침편지 고도원의 권유로 그 모든 과정을 <고도원의 아침편지> ‘신영길의 길 따라 글 따라’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 속에서 한 글자 한 글자 길어 올려 완성한 글은 여느 시보다 더 시적이었고, 깊은 반성과 사유의 세계가 펼쳐졌다.병상에 누워 계셨던 피천득 선생님에게 이 글을 읽어드렸더니 들으시고 “참 좋다”는 말을 여러 번 되뇌었다는 글,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울고 웃었던 그 글들이 이제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우리들과 똑같은 아픔과 상처를 가진 사람이 바이칼의 맑은 물을 정갈하게 담아낸 글이기에 사람들은 더욱 시원하게 갈증을 풀고 열광하는 것이리라. 이 책은 자신과 남에게 모질지 못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신영길
1958년 섬진강이 발원하고 마이산이 솟아 있는 전북 진안에서 태어났다. 전북대 상대를 졸업하고 20여 년 동안 제약업계에서 영업, 마케팅 업무에 종사해왔으며 현재 진단시약 수입판매업체인 (주) 다우 바이오메디카를 운영하고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신영길의 길따라 글따라’에 바이칼과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다.

목차

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
겨울의 심장
남이 아닌 사람들
칭기즈칸의 편지
설원을 달리는 철마
연어의 귀향
야간열차
자작나무
선생님
이르쿠츠크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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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바이칼의 얼음 위를 달린다. 이렇게 광대한 얼음나라를 본 적이 있었던가. 태곳적 공기를 호흡해본 적이 있었던가. 누구의 작품이던가, 이 아름다움은. 대자연에 대한 감동 때문에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앞도 뒤도 얼음이요, 좌도 우도 얼음이다. 뭐라 형용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초라해질 따름이다. -75쪽

몸으로부터 못이 분리되었다. 빠진 못을 보았다. 가슴의 못 자국을 보았다. 아팠다. 너무 아파서 울었다. 못을 지닌 채 살아온 세월이 가련해서 울었다. 내게 못질했던 사람을 위해서도 울었다. 이제, 내게 못질했던 이들을 내가 용서해준 것 같이 내가 못질했던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시고 나의 죄를 용서하여주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내 가슴에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도록 회복시켜주소서. 불쌍히 여겨주소서. 부디 내 사랑을 이루어주소서. 몸이 봄 언덕처럼 따뜻해졌다. 눈을 떴을 때, 이미 해는 지고 어둠이 바이칼을 덮고 있었다. 하얀 달이 중천에 흐르고 있었다. -85쪽

바이칼에 와보면 숨 쉬는 것마저도 그냥 기도가 되는 것을 느낀다. 바이칼이 영혼의 정화수라는 말이 맞는 것일까. 맑은 물과 빛나는 별들을 보면 자연스레 손을 모으게 된다. 내 죄가 얼마나 크고 지독하기에 이토록 정결한 물이 필요한 것인지, 또 내 소망은 왜 이리 많아서 이렇게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한 것인지. -126쪽